내 다리가 부러진 날 - 숭민이의 일기(아님!) 풀빛 동화의 아이들 26
이승민 지음, 박정섭 그림 / 풀빛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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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작가의 창작동화 내 다리가 부러진 날은 주인공 숭민이 건널목을 건너다 차에 치여 다리가 부러지면서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동화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는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6)

 

그렇습니다. 숭민은 교통사고로 다리에 깁스를 하면서 딱히 할 일이 없어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찾아보면 할 일이 그래도 많을 텐데,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일기를 쓰는 숭민의 모습이 멋져 보이네요. 작가 역시 그랬다고 합니다. 작가 역시 깁스를 하고 텔레비전을 멍하니 보는 게 지겨워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데요. 그러니, 이 동화의 모티브는 작가의 깁스 경험에서 시작되네요.

   

 

저 역시 숭민이처럼 20여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숭민이가 PC방에 빨리 가기 위해 파란불에 신호들을 건너다 사고가 났다면 저 역시 비슷합니다. 당시 숭민이처럼 저 역시 친구와 함께 건널목을 건넜는데, 친구는 멀쩡하고 저만 신호위반을 한 차에 치어 쿵 떨어졌죠. 나중에 들으니 영화에서처럼 차 앞 유리창에 부딪히고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길을 데굴데굴 굴렀다고 하더라고요. 정신을 차려보니 길 한 가운데 누워있었는데, 그 땐 아프기보다는 쪽 팔린다는 생각뿐이었답니다. 하하.

 

깁스를 하고 누워 있으면 정말 심심하죠. 게다가 불편한 일도 참 많고요. 동화는 숭민이가 겪는 그런 불편한 일들을 재미난 필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동화 안에는 친구 간에 나누는 우정도 담겨 있고, 힘센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갈등과 고민, 아픔도 담겨 있습니다. 좋아하는 게임을 향한 욕구와 열정(?)도 담겨 있고요. 그런데, 숭민의 게임을 향한 열정은 알고 보니 아빠에게서 물려받은 거네요. 아빠가 알고 보니 엄청난 게임 고수였거든요. 물론, 이건 숭민과 아빠만의 비밀이고요.

    

또한 동화 속엔 이성 친구 간에 나누게 되는 낯선 감정, 그로 인한 혼란스러움도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 동화에서 발견하는 가장 멋진 주제는 성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놀기를 꿈꾸는 숭민이가 책 읽기의 재미를 알게 되고, 또한 운동을 싫어하고 게임만을 하던 아이에서 운동을 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아울러 괴롭힘을 당하던 루저에서 우여곡절 끝에 정의의 사도처럼 우뚝 서게 되는 해프닝도 있고요. 특히, 이렇게 숨겨진 무림 고수처럼 되어버리는 장면은 너무나도 재미나고 유쾌하여 한참을 껄껄 웃었답니다.

    

숭민의 깁스에 어느 할아버지가 써 놓았던 단어,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의미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힘든 세월을 살고 있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불쌍하죠. 한참 뛰어놀아야 할 때에 치열한 경쟁의 한 가운데에 놓인 아이들의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이 결코 불의와 부정, 옳지 않음에 굽히지 않는 그런 인성을 갖고 성장한다면 좋겠어요. 물론, 곧은 인성을 가지고 성장할 때, 더 힘들겠죠. 그래서 어쩌면 부러질 수도 있겠고요. 하지만 부러져도 다시 붙는다는 것. 실제 부러진 다리뼈는 더 단단해진다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심겨지면 좋겠네요.

 

내 다리가 부러진 날, 참 재미난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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