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아름다운 흉기1992년 작품으로 여타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작가의 초기 작품들처럼 본격추리소설도 아니고, 후기 작품들처럼 사회파추리소설도 아니다. 이 책은 메시지로 볼 때, 사회파추리소설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며, 장르는 추리소설이라고 보기보다는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이라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왜냐하면, 독자는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고 범인의 복수극을 숨 막히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 각기 다른 종목의 전직 국가대표 선수들 네 명이 한 스포츠 닥터의 집에 침입한다. 뭔가 이들에게 중요한 서류를 찾아 폐기시키려는 것(이런 시작부분부터 이들의 범행 의도가 무엇인지, 이들이 찾는 것이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소설을 밝힌다.). 그러다 그만 닥터에게 들키게 되고 박사를 죽이고 도망치지만, 이들 범인에 대해 한 여성이 알게 되고, 이들을 향해 복수의 칼을 갈고 뒤쫓는다. 이 여성이 바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아름다운 흉기이겠다. 스포츠 닥터에 의해 만들어진 1미터 90이 넘는 신장에 울퉁불퉁 근육질에 초인적인 힘과 능력을 가진 여성으로 육상 7종 경기 선수이자 일명 타란툴라라 불리는 여성의 무서운 추격전이 벌어진다.

 

이 여성은 자신을 키워준 닥터를 죽인 이 범인들을 하나하나 찾아 죽인다. 과연 여성의 복수는 어떤 결말을 맞을까? 이들 네 명의 전직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 죽게 되는 걸까?

 

작가의 1992년 작품인 아름다운 흉기는 숨 막히는 긴장감과 스피드를 느낄 수 있는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재미난 소설.

 

게다가 이 소설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바로 금지 약물 복용이라는 스포츠계의 고질병에 대한 질문을.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뱀의 유혹마저 덜컥 붙잡길 주저하지 않는 우리들의 모습(꼭 스포츠계의 모습만은 아니리라.). 그리고 이들의 욕망을 부추겨 자신의 명예라는 욕망을 채워나가려는 지식인. 과학이란 명분을 세워 온갖 비윤리적인 의학 실험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가는 닥터의 모습은 어쩌면 오늘 이 사회의 모습은 아닐지. 욕망을 좇아 멈추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이 말이다.

 

또한 이런 질문도 하게 된다. 과연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넘어선 안 되는 선이란 존재하지 않는 걸까?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일견 괴물과 같은 아름다운 흉기그녀를 우린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나? 자신을 만들고 키운 닥터를 자신의 신, 자신의 아버지, 자신의 연인으로 생각하며 사육되어진 그 여성, 그 여성의 침탈당한 인간성은 누구 책임인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소설은 작가의 여타 작품처럼 끝까지 범인이 누구일지 궁리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왜 이런 사건들이 벌어지는지 다 오픈되어 있다. 그럼에도, 전혀 긴박감은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름다운 흉기그 여성의 존재로 인해 소설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한 배를 탄 네 명의 전직 국가대표 선수들의 배신과 이기심. 그들 간에 물리는 애정관계. 여기에 얽힌 그들의 가정까지. 또한 빠지면 서운한 작은 반전까지. 한 홉에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줄 그런 소설이다.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것,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참 매력적인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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