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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 9 - 칠월 칠석 살인사건
가나리 요자부로.야마구치 마사카즈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이제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 시리즈> 마지막 9권이다. 9권은 끝나며 “10권을 기대하세요!!!”라고 끝난다. 하지만, 10권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출간되지 않은 듯싶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 마지막 9권을 본다. 9권은 짧은 단편만화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칠월 칠석 살인사건」은 사랑하는 연인의 어두운 과거를 알아버린 남자가 연인의 흠과 어두운 과거마저 묻어두고 사랑하려는 연인들의 애틋한 사랑과 범행. 그리고 그런 범행을 풀어내는 야쿠모의 추리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서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연인들의 간절한 소망이 가슴 먹먹하게 하는 이야기다.
‘칠월 칠석의 전설’은 떨어져 있는 연인의 슬픈 이야기만이 아닌,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믿고 1년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연인들의 깊은 사랑을 그린 이야기인지도 모른다.”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린 몸이 멀어지면 사랑도 멀어진다는 말을 마치 보편적 진리처럼 말하곤 한다. 하지만, 비록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믿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사랑이라니. 왠지 오늘 우리의 사랑이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지만 이런 사랑을 하는 이들이 그립기도 하고 그렇다.
세 번째 이야기인 「오도리는 알고 있다」가 이번 책에서는 분량 상 가장 긴 작품인데, 다소 전설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개에 대한 문화사라는 측면이 민속학과 연관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전래되어오는 전설이나 풍습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어, ‘민속탐정 야쿠모’와 약간의 이질감이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재미나다. 다소 진부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지만.
두 번째 이야기 「축제의 밤, 어둠 속의 언약」과 네 번째 이야기 「첫날밤의 살인」은 지역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성문화에 대한 풍습과 연관된 사건이다. 다소 오늘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성문화이긴 하지만, 그들만의 당위성이나 이유가 있을 테니 그대로 바라보자. 물론, 이런 풍습으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받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면 이는 타파해야 마땅한 구습에 불과하겠지만.
「축제의 밤, 어둠 속의 언약」은 하나의 사건을 목격한 목격이라 할지라도 보는 시선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현상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하나의 살인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이 각기 다르다. 어떤 이는 범인이 짧은 머리에 하얀 옷을 입었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긴 머리에 안경을 안 썼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쓰고 얼룩무늬 옷을 입었다고 말하고. 이들의 증언은 모두 자신 본 그대로를 거짓 없이 증언한 것이다. 과연 범인의 실제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이렇게 같은 모습을 목격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시선에 따라 내용이 전혀 달라진다.
이런 모습은 오늘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똑같은 국정농단의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음이 안타깝기도 하고. 태극기가 이상하게 사용되는 것도 속상하기도 하고. 아무튼 야쿠모와 같은 명탐정이 사건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이젠 어느 운동선수의 바람처럼 마음이 따뜻한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