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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 2 - 카구야히메 살인사건
가나리 요자부로.야마구치 마사카즈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 2권의 제목은 「카구야히메 살인사건」이다. 1권에서 시작된 「카구야히메 살인사건」과 또 하나의 사건 「코로보쿠루 살인사건」이 실려 있다.
먼저, 「카구야 히메 살인사건」이다. 이 이야기는 <카구야 히메> 전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전설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옛날 대나무를 채취하여 바구니를 만드는 할아버지가 하루는 빛이 나는 대나무를 발견하게 되고, 대나무를 잘랐더니 그 안에서 여자아이가 나와 데려와 키우는데, 쑥쑥 자라 금세 아가씨가 되고 그 미모가 소문이 나서 여러 남자들이 청혼을 하기에 이른다. 결국 다섯 왕자들이 청혼을 하는데, 이에 카구야 히메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보물들을 각기 한 가지씩 구해오라는 미션을 내지만, 결국 아무도 미션을 수행하지 못한다. (중략) 알고 보니 이 여인은 달나라에서 온 사람. 결국 날개옷을 입고 달나라로 간다는...
그런 내용이다. 전승에 따라서는 <선녀와 나무꾼>과 거의 흡사한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실제 옷을 감추고, 그래서 함께 살다가 옷을 찾아 하늘로 올랐다는 그런 내용으로 전해지기도 한단다.). 중국 티벳 자치구의 민간전승인 「반녀고낭」이야기와도 흡사하다고 하고(반녀고낭 설화는 다섯 구혼자들에게 귀한 것을 구해오게 하는 내용이 <카쿠야 히메> 전설과 너무나도 똑같다고 한다. 다섯 개의 귀한 보물의 내용마저.).
아무튼 이런 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바로 이런 설화가 전해지는 마을에서 ‘미스 카구야 히메 콘테스트’가 열리게 되고, 바로 이 대회의 심사위원 자격으로 야쿠모가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원래는 민속학자인 교수를 초빙하지만, 마침 자리에 없어 조교 야쿠모가 대신 가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 교수는 항상 이렇게 자리에 없다. 누구인지...). 그리고 그곳에서 3년 전 대학에서 사랑하던 여인 하츠키를 만나게 되는데. 이 여인은 마을 청년들이 사모해 마지않는 여인으로 ‘미스 카구야 히메 콘테스트’에 나가게 된다.
한편 이 대회를 열게 되면 커다란 재앙이 닥치게 될 것이란 협박쪽지가 배달되고. 실제 유력한 우승후보 여성이 살인을 당하게 되고. 나중엔 미스 카구야히메로 선발된 하츠키 역시 살인을 당하게 된다. 그것도 밀실에서.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는 민속학의 지식에 근거하여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독특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학적 사고나 이성적 추리가 없진 않다. 아니 오히려 이런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와 추리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큰 축이다. 이번 이야기 ‘카구야 히메 살인사건’ 역시 그렇다.
설화 속 존재가 실존하는 건 아니고, 설화를 이용하여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펼쳐지게 되고, 민속학자 야쿠모가 마치 뛰어난 탐정처럼 추리를 근거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또 다른 이야기 「코로보쿠루 살인사건」은 <코로보쿠루 전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코로보쿠루’는 ‘머위보다도 키가 작은 사람」이란 뜻이란다. 그러니 머위 잎 아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종족에 대한 전설이다.
저명한 민속학자였던 칸바야시 아르츠네 교수(몇 년 전 자살하였다. 야쿠모 역시 이 교수에게 배운 적이 있다.)의 조교였던 미모의 여성 카가 씨가 어느 날 야쿠모를 찾아온다. 함께 칸바야시 교수가 죽었던 곳, 코로보쿠루 전설이 서린 곳으로 가자는 것인데. 함께 찾아간 그곳에서 카가 씨가 살해당하고 만다. 마침 야쿠모가 빨리 발견하여 대처함으로 카가 씨를 살려내지만, 과연 이 살인미수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이번 이야기 역시 야쿠모의 추리가 돋보인다. 물론, 그 추리를 노린 누군가의 함정이 있고, 반전이 감춰져 있지만. 아울러 이번 이야기가 이 전 두 개의 이야기와 다른 점은 단순히 전설이 살인사건의 모티브가 되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 전설적 존재가 실존할 수 있음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 이제 2권을 읽었지만, 재미나다. 조금은 꺼벙해 보이는 야쿠모. 아니 순진한 듯싶은 야쿠모. 하지만, 사건마다 미모의 여성들과 연관되는, 알고 보면 바람둥이 야쿠모. 여기에 야쿠모를 따르는 대학2년 후라노와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될지 역시 기대하게 되고.
아무튼 이야기도 재미나고. 구성도 탄탄하다. 단지 언제나 끔찍한 살인사건이라는 점에서 자녀들과 함께 보기엔 무리다. 일본의 설화나 전설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된다는 재미는 추리라는 장르 외에 누리게 되는 또 다른 기쁨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게 더 큰 수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