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 동화는 내 친구 3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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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은 호기심에 뭔가를 콧구멍에 곧잘 넣곤 합니다. 저 역시 이런 경험들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집 앞 신작로에서 놀고 있는데, 어머니가 급히 동생을 업고 나오시는 겁니다. 병원에 가야한다며 말이죠. 동생이 바둑알을 가지고 놀다 콧구멍에 넣은 겁니다(커다란 바둑알은 아니고, 어린이용 작은 바둑알.). 엉엉 우는 동생을 업고 병원에 가시던 어머니. 얼마 후 돌아와 바둑알을 뺀 영웅담을 떠벌리던 동생이 떠오르네요.

 

몇 년 전엔 딸아이 역시 그랬답니다. 갑자기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죠. 어린이집 원장님이 딸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왔다는 겁니다. 역시 그때도 콧구멍이었습니다. 딸아이가 놀다가 구슬을 넣은 겁니다.

 

동화 속에도 그런 맹랑한 녀석이 등장합니다. 바로 리사벳이란 꼬마 소녀입니다.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은 겁니다. 콧구멍 속에 들어간 완두콩, 빼내려 해도 나오지 않는 완두콩을 빼기 위해 리사벳은 언니 마디켄과 함께 의사 선생님 댁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가던 길에 이다 아주머니 집에 잠깐 들리기도 하고, 그 동네 아이인 마티스와 리사벳이 다투기도 합니다. 마티스에게 맞고 있는 리사벳을 보고 언니 마디켄이 뛰어 들어 마티스를 때려주고, 이에 마티스의 언니 미아가 나서 마디켄과 다투게 됩니다. 이 일로 마디켄은 코피가 터지기도 하여 의사선생님께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일이 바로 완두콩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죄다 그 몹쓸 완두콩 때문이에요!(56)

 

그렇습니다. 왜 하필이면 완두콩이 콧구멍 속으로 들어갔을까요? 몹쓸 완두콩이 아니었다면, 다투지도 않았을 것이고, 마디켄 언니의 코도 무사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완두콩 탓을 하던 아이들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까. 완두콩 덕분에 참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어.(58)

 

완두콩 탓을 하던 아이들이 이젠 완두콩 덕분에 흥미진진 재미난 하루를 보냈다고 고백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린 대부분 지나고 나서 때문에그런 일이 벌어졌노라고 탓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때문에덕분에가 될 수 있음을 우린 역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런 고백이 가득하면 좋겠습니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가 아니 누구 덕분에, 무엇 덕분에 란 말이 우리 가슴에서 흘러나오면 좋겠습니다.

 

또한 아이들은 하루를 마감하며, 자신들과 다툰 아이들을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보다는 그 아이를 위하는 마음을 품습니다. 다툴 때, 상대 아이들은 마디켄과 리사벳에게 악마의 자식이란 말을 했답니다. 이런 모습에 아이들은 충격을 받았고요. 그런데도 그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기도합니다.

 

친절한 하느님, 사실 미아는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에요. 어쩌면 악마의 자식이라고 말한 게 아닐지도 몰라요.... 맞아요. ‘엄마의 자식이라고 한 것 같아요.(57)

 

이런 마음 씀씀이가 참 예쁘네요. 동화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바로 이렇게 마지막 부분에 모여 있습니다.

    

동화,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는 우리에겐 삐삐로 잘 알려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입니다. 많은 어린이 도서를 번역한 햇살과나무꾼 번역이고요. 2003년에 재미있는 집의 리사벳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책이 이번에 제목을 바꿔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예쁜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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