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시, 주리 그림 / 바우솔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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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펄펄 날리는 표지 그림의 그림책, 한계령을 위한 연가는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이란 시가 그림과 만나 새롭게 태어난 책입니다.

 

문정희 시인의 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 자체가 스토리를 갖고 있는 시 일뿐더러 여기에 그림까지 더해지니 마치 한 편의 잔잔한 동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그림책입니다. 출판사가 책의 주요 독자층을 어디로 잡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시의 내용 자체가 연인의 사랑을 떠올리기에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어린 시절 눈이 오면 마냥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눈이 오면 불편해질 도로사정이 먼저 염려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나의 모습은 시 속에 등장하는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을 떠는 그 모습과 다르지 않음에 어쩜 이리도 시인의 마음과 달라도 한참을 다를까 쓴 웃음을 짓게 하네요.

    

시인은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합니다. 그 사랑이 얼마나 소중하면, 그 사람과 함께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은 걸까요? 1,004m나 되는 높은 고개에서 폭설로 고립된다는 것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 엄청난 사고일 겁니다. 하지만, 시인은 노래합니다. 오히려 사랑하는 이와 뜻밖에 만난 폭설로 고립된다면, 그 시간은 두려움의 시간이 아닌 짧은 축복이라고 말입니다. 이처럼 고립된 시간조차 짧은 축복으로 여길 수 있는 사랑이라니 한편으로는 무모하다 느껴지면서도 부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폭설로 인한 고립, 그 고립의 시간을 뜻밖에 찾아온 짧은 축복으로 감사하며 온전히 그 시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이라니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어떤 상황 속에서도 못 잊을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음에 행복해 하는 사랑이라니, 참 멋지네요. 물론, 여전히 이성적으론 무모하다는 생각하여 충돌이 일지만 말입니다.

    

시인은 노래합니다.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구조의 손길조차 거부할 만큼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시간. 죽음의 위협마저 축복으로 여겨질 사랑. 오도 가도 못하고 고립된 그 고립무원의 장소마저 동화의 나라로 만들 수 있는 감성. 이런 노래, 고백이 굳이 1,004m라는 한계령에 갇혀야만 나오는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오늘 우리의 삶,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짧은 축복이고, 그곳이 동화의 나라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참 예쁜 시에 그림이 더해짐으로 더 예쁜 사랑으로 다가오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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