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태어난 아이 생각쑥쑥문고 8
유강 지음, 장은경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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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 작가의 장편동화 화성에서 태어난 아이는 미래 시대(2050)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화성에서 상주하는 사람들이 생긴 시대다(동화 속에서는 2035년에 처음 상주에 성공하게 된다.). 물론 극소수이긴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 상주 연구원 내지 시민들이 생기면서 그곳에서 출생하는 아이도 있게 된다. 그 첫 열매가 에이알이란 아이인데, 이야기 속에선 이제 13살이 되었다. 에이알이 바로 이 동화의 주인공이다.

 

동화를 읽으며 먼저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동화 속 이야기가 결코 상상 속에만 머물지 않고, 이제 곧 현실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말이다. 어쩌면 동화가 말하는 2050년이 오기 전에 과학은 우리 삶의 공간을 화성으로 확장시켜주지 않을까? 그래서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동화 속 주인공 에이알처럼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도 생기지 않을까?

 

이처럼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상의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그 상상은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이야 말로 이 이야기 화성에서 태어난 아이가 갖는 힘이 아닐까 싶다. 상상의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동화 속에서 보이는 화성 기지에서의 갈등 역시 현실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동화 속 화성 기지는 세계 각국 출신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화성에서 상주하는 시민, 화성인이라는 정체성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지구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지구에서 벌어지는 각국의 갈등 상황은 화성 기지 속에서 즉각 전달되어, 아직 지구는 실제적인 전쟁이나 분쟁이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화성에서는 실제적 갈등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일을 에이알이 감당하게 된다. 지구에서 온 이들로 인해 의문의 실종을 당한 아빠. 그 일에 대한 복수심을 누르고 화성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결정을 하게 되는 에이알의 성숙한 결정과 행동은 동화를 읽는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할뿐더러,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동화는 화성이란 특수한 공간적 배경, 아빠의 불의의 사고, 지구에서 전해온 갈등의 불씨, 화성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 그리고 갈등을 뛰어넘은 화해와 발전 등을 그려내고 있다. 흥미로운 소재이지만, 무게의 축은 흥미위주보다는 뭔가를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더 크게 다가오는 동화다.

    

물론 다소 엉성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지구의 에너지 공급원인 솔라 씰(지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을 에이알과 쌍둥이 아이들이 함께 우주정거장에서 가져와 화성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는 설정은 사실 조금은 엉성하다. 이들이 어린이여서가 아니라, 이들의 행위 자체가 아무런 설득적 장치 없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이는 해적과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이렇게 한다면 지구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문제 아닐까? 화성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그것을 가져와 버리는 것으로 해피엔딩으로 마치고 있음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작가가 말하려는 것은 다툼과 분쟁보다는 화해와 공존이겠다(이런 가치를 지향함에도 결국엔 지구를 열외시킴으로 공존이 아닌 극심한 이기심을 드러내긴 했지만.). 이런 가치를 발견하고 붙잡으면 좋겠다.

 

이러한 공존을 이야기하는 대목 한 구절을 옮겨본다.

 

식물이 아래로 뿌리를 내리는 이유는 중력을 느끼기 때문이야. 모든 식물은 세포 안에 평형석이라는 아주 작은 돌을 갖고 있어. 그 평형석이 중력을 느끼게 해주거든. 그래서 줄기는 위로 뻗고 뿌리는 아래로 내리는 거야. 잘 들어. 인간이 가진 평형석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야. 다른 사람들이 없으면 인간은 뿌리를 아래로 내릴 수 없어. 성장할 수 없다는 말이지.(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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