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이야기 - 사다함에서 김유신까지, 신라의 최전성기를 이끈 아름다운 고대 청년들의 초상
황순종 지음 / 인문서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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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화랑에 대해 공부할 때면 꼭 외웠던 것이 세속오계가 아닐까? 사군이충(事君以忠), 사친이효(事親以孝), 교우이신(交友以信), 임전무퇴(臨戰無退), 살생유택(殺生有擇)의 내용을 품고 있는 세속오계. 이런 세속오계는 흔히 말하길 삼국통일에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세속오계의 내용을 외워야만 했던 그토록 유명한 화랑이지만, 실상 화랑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것이 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 여기에서 조금 더 알고 있다면 화랑이란 제도가 처음엔 여성이 주도하던 제도에서 남성으로 바뀌었다는 정도. 고대 제사 의식에서 유래했다는 정도. 국선도 정도가 아닐까?

 

이런 나에게 화랑에 대해 보다 더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이 찾아왔다. 언제나 좋은 책들로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출판사 인문서원에서 출간된 화랑 이야기란 책이다. 이 책에서는 화랑을 이끌었던 풍월주들에 대해 소개해주고 있다. 1세 위화에서부터 시작하여 32세 신공까지 풍월주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소개해주고 있다. 물론, 이 내용은 김대문의 화랑세기내용을 주로 전해주고 있다.

 

여기서 잠깐! 화랑세기에 대해 사족을 달아보자. 먼저 김대문이란 이 사람은 4세 풍월주인 이화의 4대손이다. 이화의 큰 아들 원광은 바로 세속오계를 남긴 원광법사다. 또한 둘째 아들 보리 역시 12세 풍월주에 오르게 되며, 보리의 아들 예원 역시 20세 풍월주이며, 그 아들 오기는 28세 풍월주이다. 오기의 아들이 바로 김대문이다. 그러니 김대문은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 고조부까지 모두 화랑 조직의 수장인 풍월주를 역임한 명문가 출신이다. 화랑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김대문이 기록한 화랑세기에 대해 어떤 이들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오히려 골수 화랑가문의 후예가 쓴 역사이기에 더욱 신빙성이 있지 않을까? 이 책 화랑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되는 화랑세기의 내용은 결코 풍월주들을 신격화하는 것만이 아닌, 풍월주들의 민낯마저 오롯이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과연 그 유명한 화랑을 이끌던 풍월주들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어떨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치는데, 풍월주들에 대한 환상이 다소 무너지고 만다. 무엇보다 성풍속도는 충격적이다. 이는 어쩌면 당시 신라의 문화적 배경 때문이겠지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난잡한 성문화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흔히 알던 근친결혼 뿐 아니라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성문화의 모습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것 자체가 하나의 연구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지금의 윤리관으로 당시대를 바라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당시대의 성 풍속도는 개념은 가히 파격 그 자체다. 아니 파격이란 말로도 부족할 정도의 상상불가의 모습들이 아무래도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핵주먹이 아닐까 싶다. 물론, 죽는 날까지 함께 하는 지고지순한 부부 사랑을 보여준 풍월주들도 나온다.

 

또 하나의 민낯은 어쩔 수 없는 파벌 싸움이 아닐까 싶다. 진골정통파, 대원신통파, 가야파 이들 삼파 간의 파벌 싸움 속에서 보이는 화랑의 민낯을 만나는 것도 재미나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수많은 모습의 풍월주들을 만난다는 점이겠다. 진정한 무사의 길을 걸었던 풍월주. 아부대왕 풍월주. 동성연애자 풍월주. 불륜과 로맨스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보여준 풍월주. 수도승과 같은 면모를 보여준 풍월주. 마마보이 풍월주. 아내에게 꽉 잡혀 사는 공처가 풍월주. 100명 이상의 자녀를 둔 카사노바 풍월주. 유유자적하며 진정한 국선도의 길을 걸었던 풍월주. 정치고수 풍월주. 진정한 금수저 풍월주. 등 다양한 풍월주를 만나게 되는데, 이런 만남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화랑세기란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인다. 이것 역시 이 책이 주는 좋은 욕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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