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 로코 푸르른 숲
데보라 홉킨슨 지음, 김수현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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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홉킨슨이란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살아남은 여름 1854(서울: 씨드북, 2016)이었다. 영국에서 발생한 콜레라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역사추리소설이었다. 이번에 두 번째로 만난 소설 소매치기 로코역시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역사소설이다. 살아남은 여름 1854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소매치기 로코는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소년 로코는 성 로코의 기념일(816)에 태어나 로코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성 로코(St. Rochus)에 대해 찾아보니, 그는 14세기에 활동한 프랑스의 은수자로 외과의사, 약사, 순례자, 여행자, 병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 죄수들의 수호성인이라 한다.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사망 후 막대한 유산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사용하라는 아버지의 유언대로 모든 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로마로 순례 여행을 떠나, 전쟁과 페스트로 고통당하는 수많은 병자들을 돕는 일을 했다는 성 로코. 나중엔 병에 걸려 죽어갈 위기 가운데서 개의 도움으로 살아나게 되고, 뿐더러 치유의 능력을 갖게 되어 많은 사람들의 병든 몸을 치유해 줬다는 성인이다.

 

주인공의 이름이 바로 이런 성 로코의 이름을 가져왔다면, 주인공이 로코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됨을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소설 속 로코는 성 로코와는 전혀 다르게 너무나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소년이지만 말이다. 로코는 이탈리아 남부 칼베로라는 마을에서 태어나 남의 나귀를 돌보는 목동 일을 하다가 동네 부자의 돈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게 되고, 결국 이 일이 빌미가 되어 어떤 사람에게 팔려 미국으로 가는 배를 타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미국 뉴욕 생활은 너무나도 처참하고 끔찍하기만 하다. 로코를 데려간 두목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앵벌이를 시키는 자다. 아이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입술 주변에 같은 모양의 상처를 내는 잔혹한 두목(어느 위치에 상처가 있느냐에 따라 어떤 두목 아래 있는 소년인지를 알 수 있다.).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 악기를 연주하게 하는데, 하루 상납금 1달러를 채우지 못하는 소년들은 어떤 일기 속에서도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고, 먹을 것도 제공하지 않는다. 입의 흉터 때문에 도망갈 수도 없는 아이들은 벌레가 득실거리는 밀짚을 깔아놓은 지하에서 집단생활을 하게 된다. 모포는커녕 의복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아이들. 신발을 신은 아이들은 그나마 행운아인 셈. 후에 로코가 보호소에 수감되었을 때, 보호소의 침대가 로코 평생 가장 깨끗한 침대라고 고백할 정도이니, 그 열악한 환경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이처럼 처참한 인권 유린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런 생활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도, 제대로 알고 있는 자들도 없다.

 

어쩌면, 그 실상을 몰라서일 수 있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일부러 외면하고 눈을 감고, 귀를 닫진 않았을까? 어쩜 우리 역시 그럴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이런 로코에게 검은 유혹이 뻗어오고, 로코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소매치기가 된다. 그러다 보호소에 수감되고, 그곳을 탈옥하게 되는 로코, 로코를 기다리는 운명은 무엇일까?

    

소설의 표지 그림이 마치 time 지를 연상시킨다. 이는 이 책에 등장하는 실제 역사 속 인물들 가운데 두 사람 맥스 피첼(1863-1939), 제이콥 리스(1849-1914)를 염두에 둔 그림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 가운데 제이콥 리스는 당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던 또 다른 공간, 그 반쪽의 삶에 대해 사진을 찍어 다른 반쪽의 삶이란 책을 냈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도 제이콥 리스가 기자로 등장하는데, 로코는 제이콥 리스의 조수 노릇을 하며, 자신이 도망친 그곳 앵벌이 소년들의 참상을 사진으로 찍어 제이콥 리스에게 전해 준다. 언론의 참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오늘날 권력자 앞에서 벙어리가 되어버린 이 땅의 언론, 아니 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버린 언론이 얼마나 한심한지도 생각하게 해주고.

 

이처럼 소설은 당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몰려든 수많은 이민자들의 처참한 삶. 특히 그 가운데서도 힘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착취당하며, 인권유린을 당했는지를 고발하고 있다.

 

소설 속의 로코는 자신의 이름 그대로 행하게 된다. 마치 성 로코처럼 사회의 썩고 곪은 부분을 드러내고, 그로 인해 그곳을 도려내고 치료하게 하니 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용기가 참 멋스럽다.

    

이 책은 인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앵벌이 소년들에 대한 인권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며, 인권 뿐 아니라 동물권에 대한 고발 역시 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수많은 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며 죽어간다. 이런 말들을 향해 소리를 내는 일명 참견쟁이 메리, 그리고 위대한 간섭꾼 헨리 버그씨(헨리 버그씨는 실존인물이다.) 등과 로코가 연결된다. 보호소에서 탈출한 로코는 바로 메리의 아버지 집에서 의탁하게 된다. 이렇게 로코는 그 이름처럼 또 하나의 수호 성인이 된다. 말들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그런 역할을 말이다.

 

이처럼 소설은 착취당하는 소년들과 말들의 인권과 동물권을 위해 외치고 있다. 그 시대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다. 과연 지금 시대, 그때보다 훨씬 더 좋아진 세상이라는 지금, 더 많은 진보를 이룩했다는 지금은 과연 어떤가 생각해본다. 오늘도 우린 여전히 사회 반쪽의 삶을 향해 모른 척 외면하고 살고 있진 않은지. 여전히 그 반쪽의 삶에는 무지한 채 축복받은 삶만을 주문처럼 읊조리고 있진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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