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 -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 동화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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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을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곰돌이 푸가 몇 살이나 됐을까? 우리 나이 계산으로 올해로 자그마치 92살이다. 1926년에 위니 더 푸제목의 동화로 처음 선을 보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이젠 파파 할아버지가 된 푸 이야기 2권이 한 권에 묶여 나왔다. 곰돌이 푸 이름은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작가의 이름은 참 낯설다. 알란 알렉산더 밀른이란 작가다. 작가는 1926년에 위니 더 푸, 1928년에 푸 코너에 있는 집을 펴냈다고 한다. 이 두 권을 완역하여 한 권으로 출간한 책, 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은 우릴 금세 동심의 세계로 인도한다.

 

동화 내용도 좋을뿐더러 오리지널 컬러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어, 이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오리지널 컬러 일러스트를 보며 알게 된 한 가지. 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생각하던 빨간 조끼는 2권에서야 비로소 등장한다는 사실. 1권에선 완전 나체다. 그나마 그것도 2푸 코너에 있는 집첫 번째 이야기가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빨간 조끼를 입고 있다. 다른 계절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서는 2권에서도 나체로 활보. 역시 푸는 귀여운 변태~^^

 

각 권은 10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러니, 도합 20개의 에피소드를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또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티거는 1권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2권에서 처음 등장한다. 또 재미난 사실은 푸의 시계는 항상 115분전이다. ? 11시가 되면 뭔가를 먹어야 하는 시간이니까. 푸에게 시계를 본다는 건, 언제나 뭔가를 먹기 일보 직전의 흥분되는 시간, 설레는 시간이다.

 

책을 통해 만나는 푸는 정말 사랑스러운 미련한 곰딴지. 아니, 스스로 미련하다 생각하고, 다른 몇몇 친구들도 푸를 향해 머리가 없다 말하지만, 푸는 참 사랑스럽다. 그리고 결코 미련하지 않다. 어쩌면 겸손한 것이 아닐까 싶다. 푸는 언제나 먹는 것에 집착하지만 결코 밉지 않다. 어리숙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푸를 통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물론, 때론 그 해결 자체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게다가 푸의 노래는 결코 푸가 머리가 없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물론, 때론 정말 머리가 없는 것 같긴 하지만.).

 

푸 외에도 책 속에서 만나는 각 캐릭터들이 참 재미나다. 그런데, 캐릭터들이 단지 사랑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쩜 작가는 이런 푸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길 바란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러니 곰돌이 푸 이야기는 은근한 우화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당나귀 이요르는 언제나 불평이 가득하다. 그 이유는 다른 숲 속 친구들이 자신을 찾지도 않고, 언제나 자신을 빼놓는다는 것. 그런데, 이요르는 어떤가? 이요르 역시 언제나 다른 친구들을 무시한다(크리스토퍼 로빈을 제외하고). 그리고 자신 역시 한 번도 다른 친구들을 찾지 않는다. 자신은 찾지 않으며, 다른 친구들이 자신을 찾지 않는다고 투덜대기만 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 역시 다른 이들에게 다가서지 못하며, 그들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불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언제나 잘난 척 하는 아울 역시 우습다. 자신은 다른 숲속 친구들에 비해 똑똑하다 생각하지만, 실상 도토리 키 재기다. 실상 별로 똑똑하지도 않으면서 사사건건 자신의 의사만을 고집하는 아울. 혹 오늘 나의 모습이 이런 모습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특히,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갖게 될 교만함이 아울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언제나 가만히 있지 못하는 티거. 활동적인 티거의 부산스러움을 보며, 혹 오늘 우리의 활동, 우리의 부산스러움은 무엇을 위한 부산스러움인지도 돌아보게 된다.

 

또한 헤펄럼프 이야기도 인상 깊다. 있지도 않은 위험, 두려움의 요소를 스스로 생산해 내며 점점 더 두려움을 키워가고, 그 두려움에 짓눌리는 모습. 이런 모습을 혹 우리 역시 만들어내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어나지도 않은 위험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모습은 아닌지.

 

1위니 더 푸에서는 캥거와 아기 루가 새롭게 숲속에 이주해 온다. 그런데, 이런 둘을 숲속 친구들이 용납하기보다는 배타적으로 대하며, 괴롭히려 한다(물론, 그 과정에 당하는 이는 피글렛이지만.). 이런 모습은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한다. 오늘 우리 역시 이런 배타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그런 의미에서 숲 속 이야기는 오늘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배타적인 모습을 뛰어넘어 결국 포용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이야말로 작가의 희망, 바람이 아닐까 싶다. 결국엔 푸와 숲 속 친구들은 멋지게 어우러지니 말이다. 오늘 우리 사회도 이런 어우러짐이 가득하게 되길 꿈꿔본다.

 

많은 경우 이야기 속에서 발생하는 유머들은 무지함에서 시작된다. 역시 무지함에서 시작되는 유머는 재미나다. 영원히 코미디의 소재가 되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무지함에서 유래하는 유머를 보며, 오늘 우리 사회 속에서 누군가를 떠올려보게도 된다. 물론, 그가 만들어 가는 유머는 기분 좋지 않지만, 숲 속 친구들의 무지는 결코 기분 나쁘지 않다. 기분 좋게 하고, 미소 짓게 하는 무지다.

 

굳이 이런 의미를 찾는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곰돌이 푸와 여러 친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숲 속 이야기는 재미나다. 그 재미에 깊이 빠져들 만큼 말이다. 역시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작품엔 뭔가가 있다(물론, 이 뭔가는 푸가 좋아하는 뭔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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