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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 감정여행 - 자기소통상담가 윤정의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6년 4월
평점 :
자기소통상담가 윤정의 『4박 5일 감정여행』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의 또 다른 저서를 상당히 힘들게 읽었던 기억에 이 책 역시 힘들게 읽으면 어떨까 하는 걱정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책을 펼쳐본다. 책은 걱정은 괜한 것이었음을 알려준다. 술술 읽힌다(서문과 후문은 조금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저자가 직접 상담한 11명의 이야기들을 당사자의 시각에서, 그리고 상담자의 시각에서 교차적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무래도 저자가 이야기하는 상실 철학에 대해 언급해야 하겠다. 이 상실 철학은 세 가지 상실로 설명된다. 이 상실은 세 가지 잃어버린 것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세 가지를 잃어버려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런 상실은 저자의 신앙경륜에 맞춰 예수의 가상칠언(십자가 상에서 말한 7가지) 가운데 세 가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목마르다.’,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 ‘다 이루었다.’가 그것이다.
‘목마르다’는 육체적 고통을 말한다. 이게 첫 번째 단계인데, 이 단계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긴 오류를 바라보는 단계다. 이 관계에서 생긴 다양한 피해의식이라는 오류가 있는 데, 이것을 상실시켜야 한다. 이 상실은 진실한 감정 고백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책 내용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 ‘감정 고백’이다. 진실한 감정 고백을 통해, 새로운 참 관계가 시작된다.
두 번째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는 존재적 박탈이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긴 다양한 오류, 상처를 갖고 문명과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쓰게 된 이성적 가면을 의미한다. 이 가면을 벗어버림이 두 번째 상실이다. 세 번째, ‘다 이루었다.’는 “몸과 존재를 다 버리는 고통을 통해 존재의미를 숭고하게 완성시킨다는 의미”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즉, 가면을 쓴 거짓 자아로부터 만들어진 삶의 의미들이다. 이런 삶의 의미들이 겉보기에는 아름답고 건강해 보이지만, 가면을 쓴 거짓 자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삶의 의미이기에, 실제는 위험하다. 이런 삶의 의미를 상실해야 한다. 이게 3차 상실이다.
예를 든다면, 어떤 이는 언제나 ‘긍정의 삶’을 삶의 모토로 살아간다. 어떤 힘겨운 일에도 긍정으로 이겨낸다. 아니 긍정으로 이겨낸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자신은 행복하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런 긍정이 내 안에 있는 진실한 상처, 아픔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회피성 긍정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면, 이런 긍정은 오히려 진실한 감정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하기 때문에 종국에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그렇다면, 이런 분에게는 ‘긍정’을 상실해야 한다(저자의 논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혹 저자의 논리와 다르다면 이건 전적으로 나의 몰이해 탓이다.).
이러한 세 가지 상실을 통해, 각각의 문제를 솔직히 바라보게 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시작되면서, 깨졌던 관계들이 다시 회복되는 모습들을 11명의 이야기 모두 전해주고 있다. 이런 회복으로 나아감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끝나고 있음도 이 책 『4박 5일 감정여행』이 갖고 있는 위대한 힘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회복은 거짓 회복이 아닌, 문제의 근원을 직시하며, 그 문제를 회피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회복이기에 더욱 의미 있겠다.
각각의 상담실례들을 읽어가며, 내 안에는 어떤 상처가 있는지 돌아보게도 된다. 여태 혹 감추고, 외면하고, 포장하며 살아왔던 상처가 있다면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상처 원인이 되는 이에게 진실한 감정고백을 할 수 있는 용기도 있길 바라고. 이런 감정고백을 통해, 회복이 시작되길 소망해 본다.
책 속에서 말하는 사례들을 살펴보며, 놀랐던 내용 가운데 하나는 어떤 개인의 상처, 그리고 상처의 원인이 되는 삶의 모습 등이 대를 이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계대하여 이어지는 상처의 고리라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더욱 상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있어야겠다.
이 책을 통해,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는 삶, 그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진짜 ‘나’를 발견하는 행복이 우리 모두에게 있길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