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의 비밀편지
신아연 지음 / 책과나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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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현모양처의 이미지가 강하다. 아마도 이런 이미지가 신사임당을 한국은행권 가장 고액권의 주인공으로 만드는데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정말 신사임당이 현모양처일까? 신사임당을 이야기하는 소설들은 대개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전의식이 강한 여인, 여인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던 여인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소설이 갖는 특성 탓일 수도 있겠다. 뭔가 새로운 해석을 갈망하는. 하지만 그럼에도 결혼 후에도 오랜 세월 처가에서 살았던 전력, 그리고 남편의 바람과 따로 생활하던 모습 등은 분명 신사임당을 현모양처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음도 사실이다.

 

그럼 신사임당의 진짜 민낯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물론, 우린 그 민낯을 온전히 알 순 없다. 그럼에도 여기 신사임당의 또 하나의 민낯을 보여주는 소설이 있다. 신아연 작가의 사임당의 비밀편지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어찌 사임당을 이렇게까지 바라볼 수 있을까 싶은 내용들도 적지 않다. 특히, 마지막 부분 사임당의 사랑 이야기는 어쩜 누군가에게는 거북한 해석, 불경한 해석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해석들이 어쩌면 사임당을 그 옛날 이미 죽어버린 여인, 그리고 오만 원 권에 박제되어진 여인이 아닌, 살아 생동감 있는 여인으로 새롭게 생명력을 불어 넣지 않을까 싶다.

 

소설은 두 명의 신인선이 등장한다. 현재의 신인선은 호주에서 오랜 세월 살다 폭력적이고, 다소 찌질한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통해 독립하고 대한민국에서 글을 쓰며 살아가는 여인이다. 이 여인에게 어느 날 과거의 신인선(사임당)이 찾아온다. 그리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현재의 인선과 겹쳐지게 된다(사임당의 남편 이원수는 더욱 찌질한 남편으로 묘사된다.). 이렇게 사임당의 솔직한 자기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은 사임당의 민낯을 새롭게 보여준다는 면에 있어 좋다. 사임당에 대해 그동안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알고 있던 다양한 내용들이 이 소설에 모두 망라되어 있다는 느낌, 사임당에 대해 갖고 있던 여러 생각들을 작가가 대변해준다는 느낌도 가질 만큼 사임당에 대해 작가가 새롭게 해석하는 민낯들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사임당에 대한 흥미로운 민낯을 보길 원하는 독자라면 읽어보길 권한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들 역시 없지 않다. 먼저, 소설은 사임당이 현재의 인선의 컴퓨터 모니터에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간다는 접근이다. 이런 접근이 글쎄, 참신하다는 느낌보다는 다소 황당하면서도 그리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느낌이 솔직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처럼, 사임당이 모니터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설정이기에 소설은 거의 대부분의 분량이 대화임에도 실제 대화는 없다. 소설 전체가 대화 없는 대화로 이루어진 소설, 어쩐지 맛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사임당의 고백은 사실 독백, 아니 독백을 넘어 푸념과 넋두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실제적인 대화는 거의 전무하다시피하기에 소설 특유의 맛보다는 사임당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묵상을 읽는 느낌이 강하다.

 

소설의 느낌이 약하긴 하지만, 사임당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는 새롭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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