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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이주송 지음 / 하늘붕어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울면 안 된다는 데.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안 주신다는 데.
이 소설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를 읽고 참 많이 울었다.
소설 속의 소담의 모습, 그 몸부림이 안쓰러워서.
부모를 향한 소담의 마음이 너무 어른스러워서.
소설의 결말이 훈훈하고 따스하여.
한참을 울고, 소설을 덮었다. 그 뒤에도 한동안 먹먹함이 날 짓누른다.
소설 참 예쁘다. 참 재미나다. 대단히 감동적이다. 또한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다. 주인공 꼬마 아가씨 소담의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동네 청년 청달의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다. 청달은 만년 고시생으로 옥탑방에서 혼자 살며 언제나 집안에서 입던 츄리닝 그대로 나다니는 청년이다. 남들의 곤경을 외면하지 못하는 의협심 강한 성격은 사실 아니다. 하지만, 남들의 요구에 거절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기에 마을 사람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그 일들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일을 한다. 소심한 성격이면서 온 동네 문제 해결사인 셈. 자격증 없는 동네 변호사 청달의 매력에 누구나 매료되고 말리라. 청달은 소담의 이모인 나정을 사모하는데, 이런 애정관계 여기 소설을 달달하게 해준다.
이런 청달과 함께 동네에서 다혈질 남성인 돼지아빠의 캐릭터 역시 소설을 풍성하고 맛깔나게 해준다. 시도 때도 없이 의협심을 발휘하지만, 실상 멋지지 않다. 민망함은 언제나 주변 사람들의 몫이다. 이외에도 할아버지 만석, 할머니 용자, 엄마 세정, 이모 나정의 캐릭터 역시 맛깔나다.
물론 무엇보다 소설을 아름답게 만드는 캐릭터는 소담이다. 7살 유치원생으로,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 받기 위해 언제나 착한 일을 도맡아 한다.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주신다니 기필코 착한 아이로 살아가려 한다. 게다가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안 주신다는 캐롤송 때문에 어떤 일에도 울음을 참는 억척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무엇보다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으려는 진짜 의도가 너무 예쁘다. 눈물 날 정도로. 어른들보다 훨씬 속 깊은 소담의 선물받기 작전. 하지만, 작전은 실패하고 만다. 오늘밤에 다녀가신다는 산타는 오지 않았다.
억척스럽게 울지 않고, 동네 어른들은 보는 족족 인사하며, 심부름 대장에,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어지럽힌 것까지 모두 정리 정돈하는 착한 아이 소담. 하지만, ‘오늘 밤에 다녀가신다.’는 산타는 오지 않았다. 소담에겐 어떤 선물도 전달되지 않았다. 이건 사기다. 소담이 느낄 상실감, 배신감이 얼마나 클까? 소담처럼 착한 아이가 선물을 받지 않는다면, 누가 선물을 받겠는가. 이에 소담은 산타할아버지를 고발한다. 물론, 동네 변호사 역할을 맡는 청담 아저씨와 함께. 그런데, 이 고발은 파출소에서부터 가볍게 묵살되고 만다. 말도 안되는 꼬마의 장난에 동조했다며 청달은 면박을 가득 받게 되고.
그런데, 이 일이 기사화 되면서 난리가 난다. 소담의 행동을 비웃는 사람들부터 시작하여 소담에게 상처를 준 산타를 잡아들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심지어 네티즌들은 ‘소응아’를 만들기까지 한다. ‘소응아’는 바로 ‘소담이를 응원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카페’를 일컫는다. 수많은 회원들이 가입하여 급 뜨거워진 카페. 과연 이런 이들은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산타 할아버지를 고발하고, 더 나아가 재판할 수 있게 될까?
산타 할아버지를 고발하고, 재판하게 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가벼운 대사로 빠르게 진행되는 내용. 웃기고 재미난 발상과 진행, 하지만 그 밑바닥에 잔뜩 깔려 있는 삶의 무게와 힘겨움, 안쓰러움. 그 삶의 무게를 7살 어린 소녀가 안고 간다는 것이 못내 가슴 먹먹하고. 7살 어린 소녀를 울게 만든 어른들의 모습이 다름 아닌 나의 모습 같아 미안하고. 또한 7살 조그만 아이의 가슴 속에 큰 사랑과 애절한 갈망이 담겨 있어 더욱 안타깝고 먹먹하다.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 수상작품답게 영화로 만들면 너무 좋을 것 같은 재미나고 감동적인 내용의 소설이다. 책을 읽은 지 벌써 1주일이 넘었는데, 서평을 쓰다 보니, 그 먹먹함과 감동이 다시 살아난다. 글로 잘 표현하진 못했지만 말이다. 감동이 사라졌다 여기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