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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짝 빤짝 꾀돌이 막둥이 ㅣ 감성을 키우는 우리 옛이야기 3
정진아 지음, 한태희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6년 12월
평점 :
『빤짝 빤짝 꾀돌이 막둥이』는 아이앤북에서 출간되고 있는 <감성을 키우는 우리 옛이야기> 시리즈 3번째 책입니다. 이 시리즈는 옛이야기를 통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를 느낄 수 있고, 그 안에서 또한 재미와 웃음을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빤짝 빤짝 꾀돌이 막둥이』는 무엇보다 막둥이의 재치가 돋보이는 이야기입니다.
막둥이는 부모가 누구인줄도 몰라요. 자신의 나이도 정확히 모르고요. 그런 막둥이가 어느 날 마을에서 제일 부자인 김 진사 집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김 진사 집 하인이 막둥이를 데려왔거든요. 집안의 막내 하인으로 모든 잔심부름과 잡일을 하게 되는 막둥이.
그렇게 십 년쯤 지난 어느 날 김 진사가 과거를 보러 가는데, 막둥이를 데려갑니다. 그런데, 김 진사 얄밉게도 배가 고픈 막둥이에게 밥도 안 주네요. 이때부터 막둥이의 김 진사 놀리기가 시작됩니다. 싸온 도시락을 먹자고 하지만 먹지 않는 김 진사(혼자 먹으려는 속셈이랍니다.)에게 막둥이는 도시락을 남 먹고 오래 두면 똥이 된다고 말해요. 그리곤 김 진사가 마침 갑자기 똥을 누러가자 김 진사의 도시락을 다 까먹어 버리곤 그 안에 똥을 눕니다. 그리곤 모른 척, 정말 옛말이 틀리지 않다는 식으로 행동하죠.
그뿐 아닙니다. 온갖 꾀를 써서 김 진사에게서 먹을 것을 빼앗아 먹습니다. 냉면을 사오라는 김 진사의 심부름에 그 안에 새똥이 떨어졌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곤 혼자 먹죠. 이런 막둥이의 꾀보가 참 대단합니다. 물론, 때론 조금 못됐다 싶을 정도로 김 진사를 속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김 진사는 뭘 먹어도 한 그릇만 시켜 먹거든요. 그러니, 막둥이는 온갖 꾀를 써서 결국엔 다 빼앗아 먹고 맙니다.
심지어 막둥이가 얄미워 집에 돌아가라면서 막둥이 등에 이 아이를 죽이라는 글을 써 보내지만, 이를 미리 알고는 그 글을 김 진사 딸과 결혼시키라는 말로 바꿔 버리네요. 온통 재치 가득한 막둥이의 활약은 이야기를 읽는 내내 감탄과 함께 웃게 만듭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막둥이의 재치, 지혜, 꾀는 사실 모두 남을 속이는 것들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왠지 씁쓸하기도 합니다. 속이는 것 말고, 뭔가 더 멋진 재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속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신분, 자신의 나이도, 부모도, 이름도 모르는 한 아이가 재치와 지혜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개척해 나가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말입니다. 이런 재치가 밑바닥에서 삶을 건져 올리고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거겠죠.
어쩌면 아무런 희망도 없을 것 같은 막둥이지만, 결국엔 김 진사의 딸과 결혼하고, 김 진사를 여전히 앙큼하게 괴롭히면서 잘 봉양하는 모습도 보인답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에게는 용기를 심어주지 않을까요? 현재의 힘겨운 삶의 조건이 다가 아님을 알게 해주니 말입니다.
읽는 내내 웃을 만큼 재미난 것도 사실이고요. 또한 책 모서리가 라운딩이 되어 있는 것도 너무 좋네요. 이런 하드카버 책들은 모서리의 뾰족함이 흉기 같더라고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염려 전혀 없는 안전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