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의 비밀 문집 푸른숲 역사 동화 11
최나미 지음, 박세영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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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미 작가의 성균관의 비밀 문집은 조선시대 정조대왕의 문체반정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문체반정은 노론과 남인 간의 정치적 균형을 맞추려는 정조대왕의 정치적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 이면에는 기존 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글들에 대한 경계의 마음도 담겨 있겠고요. 정조는 쉽고 다소 가벼운 소설체의 글을 쓰지 못하게 했답니다. 그래서 소설체의 글을 쓴 이는 반성문을 쓰게도 했고, 심지어 군복무를 하게도 했답니다.

 

바로 이런 문체반정을 모티브로 한 역사동화가 성균관의 비밀 문집입니다. 여기에 하나의 장르를 더 추가한다면 추리적 요소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성균관 유생이었던 삼촌이 성균관에서 쫓겨나 폐인처럼 되어버린 그 사건이 무엇인지. 그 안에 어떤 비밀이 담겨 있는지를 추격해 나가는 추리동화의 느낌도 납니다. 그러니, ‘문체반정을 모티브로 한 역사추리동화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휘는 그토록 총명하던 삼촌이 성균관에서 쫓겨났을 뿐더러 바보처럼 되어버린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과연 성균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삼촌은 무슨 일을 벌였던 건지.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를 밝히려 합니다. 바로 자신이 성균관 유생으로 들어가서 말입니다.

 

이렇게 성균관 유생이 된 휘, 그리고 그의 오랜 친구 진기는 성균관 유생이 되었는데, 상재들의 눈 밖에 나 <천우담>을 만드는 일을 돕게 됩니다. 말이 돕는 것이지, 잡다한 심부름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천우담>은 성균관 유생들이 자랑하는 문집으로 오랜 전통의 문집입니다.

 

이런 <천우담> 문집을 만드는 작업을 도우면서, 휘는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해마다 만들어졌던 문집 <천우담>은 성균관 도서관인 존경각에도 자랑스레 비치되어 있는데, 비어 있는 연도가 있는 겁니다. 과연 이렇게 비어 있는 연도, 그 문집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는 걸까요? 바로 여기에 휘의 삼촌 규원이 뒤집어 쓴 누명과 억울함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규원의 글에 대한 생각도 담겨 있고요.

 

과연 휘는 자신의 삼촌이 얽혔던 사건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삼촌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까요?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무엇이 좋은 글이냐는 생각입니다. 임금은 모범적인 글이 따로 있다고 여깁니다. 이는 예로부터 내려오던 좋은 책의 내용들입니다. 물론, 좋은 글이겠죠. 하지만, 옛 글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좋은 글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미 정해진 틀이 있고, 범위가 주어져 있어, 그 안에서만 쓰여지는 것만이 용납되는 세상이라니 왠지 씁쓸한 생각이 드네요.

 

아울러 이렇게 인정받는 글들은 어렵게 쓰인 것들입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쉬운 문체로 쓰였을 때, 이는 가벼운 글이라 폄훼 당했고요. 더 나아가 그런 글들을 쓰지 못하도록 강요되어졌다고 하네요.

 

이렇게 강요되어졌던 이면에는 글이 쉬워지면 세상의 질서가 무너진다고 생각한 양반들의 이기적인 사고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글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자신들만의 전유물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글을 통해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조선시대의 것만은 아니겠죠. 민중은 개돼지라 생각하는 권력자들.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고 신분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학생들을 줄서기 시키고 있죠. 물론, 그 앞에 서는 자들은 이미 정해져 있고요. 그래서 이미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시대에 맞지 않는 말에 불과하기에 씁쓸하고요.

 

왠지 순문학만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모습도 오버랩 되기도 하네요. 민중을 움직이는 말들은 어려운 그들만의 언어가 아닌 쉬운 언어, 쉬운 글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아무튼 이 동화 성균관의 비밀 문집을 통해, 동화 속에서 쉬운 언어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글로 담아내려던 젊은 유생의 꿈이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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