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 - 우리 시대, 연애하지 않는 젊은이들에 대한 심층 보고서
우시쿠보 메구미 지음, 서라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왜 애인이 없냐, 왜 연애를 못하는 거냐.’는 질문에 자연스레, ‘난 연애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거야.’란 대답이 따르곤 했더랬다. 실제로는 어떤 이유에서건 연애를 못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안하는 거라고 짐짓 허세를 부려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스스로 ‘난 연애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야. 암, 그렇고말고.’ 이런 식으로 위안을 삼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부터 이렇게 말한다. 『연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 이 책은 우시쿠모 메구미의 저작으로 사회과학서적으로 볼 수 있겠다. 오늘날 일본 젊은이들이 연애를 안 하는 건지 아님 못 하는 건지를 이야기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못 하는 거다. 물론, 각자 개인적 선택에 의해 안 하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 선택 이면에는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사회적인 이유가 도사리고 있다. 그렇기에 실제적으로는 연애를 못하는 세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일본 사회를 진단한 서적이다. 하지만, 오늘 한국 사회와 그리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깝고, 괜스레 오늘날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요즘 젊은이들은 연애포기세대가 되어버렸다. 연애불황을 겪어야만 하는 시대. 왜 그럴까?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책은 다양한 사회적 이유들을 들고 있다. 여러 이유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이유다. 경제의 거품이 걷히고, 빈곤을 당첨 받은 세대, 그들은 연애불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낭만은 가난이란 현실 앞에 그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해 버렸다. 그들은 연애보다는 야근을 택해야만 한다. 가난한 시대에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나가야만 하는 젊은이들에게 연애는 사치가 되어버렸다.
특히, 젊은이들은 비정규직의 확산이란 괴물에 쫓기고 있다. 이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오늘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떤 멍청한 인간들이 이를 고용기회의 확산이라 말하고 있는지. 그들의 뇌구조는 어떤지 의심스럽다. 그런 자들이 국가 정책을 만들었으니, 한심스럽다는 생각도.
20대 남성의 경우 비정규직 남성 가운데 모태 솔로가 41%나 된단다. 이들은 연애 경험도 없을뿐더러(고로 연애 기술이 없어 기회가 되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커졌다.), 경제적 능력도 되지 않기에 자신감도 없다. 그렇기에 이들의 연애 악순환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낭만이란 단어는 별나라의 언어처럼 되어버렸기에 말이다.
물론, 이런 이유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원인들을 들고 있다. 그런 예로, 캥거루족의 증가. 다양한 연애 리스크의 증가(예전에 비해 스토커, 성희롱, 데이트 폭력, 리벤지 포르노 등 다양한 연애 리스크가 증가함으로 연애에 대해 공포감을 갖게 되고, 연애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것.). 미디어를 통해 성에 대해 빨리 눈 뜨기 때문에 성에 대한 설렘이 없어지고, 또한 가상연애를 통해 성적 욕구를 쉽게 해결하기에 거추장스러운 연애의 욕구가 낮아지게 됨. 세대는 바뀜에도 여전한 옛 연애의 환상들과 현실의 충돌로 인해 연애로부터 멀어짐. 부모의 지나친 사랑의 탓. 등 다양한 이유들을 들고 있다. 물론, 이들 각각의 경우, 보다 더 상세하고 다양한 이유와 경우의 수들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책은 이런 설명들을 알기 쉽게(너무 자세하여 다소 지루한 느낌도 없진 않다. 그만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하고 있어 술술 읽힌다. 무엇보다 이런 연애불황의 시대, 연애포기의 시대를 맞아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먹먹하다. 오늘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낭만이란 두 글자가 살아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땅의 젊은이들이 비록 쓰러지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고 올라 설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