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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주름살이 좋아요
시모나 치라올로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미디어창비 / 2016년 10월
평점 :
정말 마음 훈훈하게 해주는 좋은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시모나 치라올로 라는 이탈리아 작가의 『할머니 주름살이 좋아요』란 제목의 그림책입니다.
온 가족이 할머니의 생신을 맞아 할머니 생신을 축하는 데, 문득 ‘나’는 할머니가 슬퍼 보이고 하고, 놀란 것 같기도 하며, 어딘가 걱정스러워 보입니다. 그 이유는 할머니의 주름살 때문입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주름살이 전혀 걱정되지 않는대요. 오히려 주름살 속에는 할머니의 모든 기억이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할머니는 손녀에게 주름살에 담긴 예쁜 기억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줍니다. 이렇게 설명해주는 기억들이 참 소중하고 예쁩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설명해주는 소중한 기억들은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는 그림으로 예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어쩐지 할머니의 소중한 기억 속으로 직접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의 그림들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스해 집니다.
아이들은 노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름살이 아닐까 싶어요. 솔직히 주름살이 예쁜 건 아니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주름살 속에 할머니의 지나온 시간이 담겨 있고, 그렇기에 그 안에 할머니의 소중한 기억들이 담겨 있다는 접근이 어쩐지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게다가 당신의 주름살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할머니의 모습은 나도 저렇게 늙음을 자랑할 수 있게 늙어야겠다는 욕심도 품게 합니다.
무엇보다 할머니의 주름살에 담긴 기억들 속엔 할머니의 소중한 기억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어린 시절 추억,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바닷가에 놀러갔던 풋풋한 시절의 기억들, 남편과 만나 사랑을 쌓던 시절의 기억들 등 말입니다. 할머니에게도 이런 풋풋한 기억이 있다는 생각 우린 종종 잊고 살 때가 많다는 자책도 해보게 되고요. 우리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깊은 주름살 속에도 이런 풋풋하고 상큼한 기억들이 담겨 있으리란 생각에 왠지 눈시울이 적셔지기도 하고요.
또한 이런 할머니의 기억들을 들여다보며, 문득 잊었던 내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오르게 되는 건 뭘까요? 이런 것이야말로 책이 갖고 있는 마법이겠죠. 한 동안 잊혔던 소중한 기억들, 좋은 기억들이 떠올라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잊었던 부모님들과의 소중한 순간들이 제법 많이 떠올라 행복했답니다.
또한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기억을 만들고 있는지 말입니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 나 역시 그림책 속의 할머니처럼 손주들에게 주름살 속에 담겨진 기억 한 자락 펼쳐 보이며,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기억들을 끄집어내 들려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도 꿔보고요.
이 책, 『할머니 주름살이 좋아요』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아이들이 할머니의 주름살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리란 생각에 마음 한 쪽이 따스해 지는 그런 좋은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