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 - 한 개의 섬, 두 개의 시선 다림 청소년 문학
아넬리즈 외르티에 지음, 정미애 옮김 / 다림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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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우리와 상관없는 문제라 여길 수도 있지만, 지중해 연안의 난민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임에 분명하다. 수많은 이들이 지중해를 넘어 타국에 몸을 의탁할뿐더러 또한 수많은 이들이 지중해 깊은 바다 속에 잠겨 인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올 한 해(2016년) 지중해 연안에서 죽어간 난민들의 숫자가 4천 5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그저 남들처럼 평범한 삶이나마 살아보겠다고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어쩌면 자신들 앞에 기다리는 것이 자유가 아닌 죽음임을 알고 있을지라도 그들은 여전히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한다. 결코 수많은 국가들이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렇게 많은 난민들이 자유의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그저 바다 깊은 곳에 자유를 향한 꿈을 묻게 되는 그곳 지중해에 람페두사란 섬이 있다. 몰타와 튀니스 사이에 위치한 섬으로 물이 너무 맑아 바다 위에 떠 있는 배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이곳은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휴양지, 천국의 섬처럼 느껴질 만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난민들에게는 인생의 종착역이 되는 한낱 죽음의 섬이 되기도 한다.

 

소설 『난민들: 한 개의 섬, 두 개의 시선』은 바로 이곳 람페두사 섬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밀라는 평범한 17살 이탈리아 소녀다. 하지만, 밀라에겐 평범치 않은 삶의 스토리가 있다. 그건 바로 동생의 죽음이다. 물론, 밀라는 동생에게 그리 큰 정이 없었다. 동생은 그저 6개월 남짓 살다 죽었기에. 하지만, 동생의 죽음은 밀라 가정을 완전히 파괴해버렸다. 엄마는 자살을 시도하고, 결국 몇 년에 걸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이로 인해 아빠는 사업도 뒤로 한 채 병든 엄마를 돌보고 가정을 간수해야만 했다. 이렇게 한 어린 생명의 죽음으로 인해 파괴되어진 밀라의 가정은 이제 람페두사 섬에서 4주간의 여름휴가를 보내게 된다. 아빠가 어린 시절 자랐던 곳이기도 한 섬. ‘구원의 섬’이란 의미의 섬. 그곳이 이름 그대로 밀라 가정에게 회복과 구원을 가져오는 섬이 될까?

 

소설은 밀라가 람페두사 섬에서 보내는 시간들을 그려내고 있다. 이렇게 밀라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이사이에 여러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끼워 넣기’ 기법으로 실려 있다. 이들은 모두 에리트레아 청소년들이다. 전쟁과 독재, 강제 징집과 고문, 폭행, 강간 등이 일상이 되어버린 곳. 국민 50명 당 한 사람은 이미 난민으로 조국을 탈출한 땅. 소설은 그곳 청소년들을 한 사람씩 등장시켜 밀라 이야기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다.

 

이들 모두 평범한 일상의 삶을 꿈꾸는 청소년들이다. 하지만, 결코 평범한 일상이 허락되지 않는 땅이기에 그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한다. 각자 삶의 배경이 다르지만, 이들은 소설 말미에서 함께 작은 보트에 몸을 싣고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모험을 시도한다. 과연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일까 비록 난민이란 지위일망정 자유일까?

 

소설이 같은 보트를 타고 탈출하게 되는 이들 청소년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작가는 이들의 삶을 우리에게 소개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 난민문제는 먼 곳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사회문제’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난민 문제는 단순히 사회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들여다보면 한 사람 한 사람 삶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난민’이란 이름으로 규정지어지는 존재만이 아닌, 각자의 사연이 있고, 각자 꿈을 갖고 있던 청소년이었다는 것. 하지만, 그런 그들이 이젠 그저 생존의 투쟁만이 삶의 전부가 되어 버렸음을 우리에게 알려주려는 것이 아닐까.

 

아울러 난민들의 처참한 삶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한 어린 생명의 죽음으로 인해 삶이 깨치고, 상처 입게 된 밀라 가정의 모습을 통해, 그럼 난민들의 삶은 어느 정도 깨어졌을지. 얼마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뿐 아니라, 이렇게 상처 입은 밀라의 가정이 람페두사 섬에서 건강함을 찾아가며 회복되는 것처럼, 이들 난민들 역시 ‘구원의 섬’이란 뜻을 가진 람페두사 섬에서 구원을 입고, 회복을 향해 나아가길 바람이 작가의 소망이 아닐까.

 

이러한 구원, 회복을 위해선 시민의 불복종을 전제하고 있다. 왜냐하면 국가(이탈리아)는 국민들에게 난민들을 향한 바다에서의 어떤 구조 행위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가의 법이 그렇다 할지라도 시민의 입장에서 각자 양심에 근거하여 법에 불복종함으로 난민을 구할 때, 비로소 그곳 람페두사는 그 이름 그대로 ‘구원의 섬’이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지 않나 싶다.

 

너무나도 비참하고 끔찍한 난민들의 삶이기에 소설을 읽으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죄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어쩌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애써 모른 척 하고 싶은 내용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이들 삶에 대해 알고, 관심 갖고, 살펴보게 될 때, 우리의 응원은 바다를 건너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울러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이야말로 그곳에 있는 이들의 불복종을 끌어내는 동력이 될 수도 있겠다. 더 나아가서는 이런 관심이 좋은 정책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고. 하나의 작은 촛불이 역사의 큰 물결을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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