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셉션 1 - 조 밴더빈의 비밀
리 스트라우스 지음, 영리 옮김 / 곁(beside)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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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스트라우스의 장편소설 『퍼셉션』은 여러 장르가 혼재한 소설이다.

 

먼저, SF소설이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소설은 미래사회가 그 배경이다. 이 시대의 인류는 둘로 나뉘어 있다. GAP(유전자 조작인간)과 네츄럴, 다시 말해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나거나 탈바꿈한 인류와 그렇지 않고 자연 그대로 인간의 모습을 고수하는 자들로 말이다. 이 둘 가운데 GAP이 세상을 지배하며, 자신들만의 도시 ‘솔 시티’에서 완전하게 살아간다. 반면, 네츄럴들은 게이트 바깥에서 빈곤한 삶에 허덕인다.

 

GAP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뛰어난 외모(전형적 백인우월주의의 모형이다. 금발에 초록 눈동자의 백인들.)와 건강, 그리고 200년이 넘는 수명을 누리며 살아간다. 반면, 네츄럴들은 여전히 수많은 질병과 짧은 수명에 허덕이며 빈곤한 삶을 살아간다.

 

이처럼 유전자 조작인간, 더 나아가 복제인간까지 등장할뿐더러 삶 속에서도 많은 부분 인공지능 로봇이 보편화되어 윤택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여전히 자연적 삶의 방식을 고집하며 낙후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SF 소설이다.

 

소설의 또 하나의 장르는 로맨스다. GAP 중에서도 초상류 계급의 여자아이 조와 GAP에 대해 반대 시위를 하며, 과학의 남용을 경계하는 네츄럴 청년 노아와의 로맨스. 마치 철부지 공주와 사회에 불만이 가득한 투사 간의 로맨스 느낌이다.

 

조의 할아버지는 GAP 기술을 개발한 당사자로 재력뿐 아니라, 차기 대통령이 당연시 되는 권력을 가진 솔 씨티의 실질적 지배자다. 바로 이런 엄청난 상류층 소녀 조, 그리고 그녀의 가정에서 일하는 가정부의 아들이자, 네츄럴인 노아의 사랑이 소설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한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 전혀 다른 둘이 서로 사랑하며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어가는 것. 이것이 어쩌면 소설의 제목인 ‘퍼셉션’이 갖는 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둘 간의 스파크가 파팍! 물론, 둘 간 에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둘이 함께라면 가능하다. 이 둘의 사랑의 여정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장르는 미스터리다. 조의 오빠 리암이 사라졌다. 그리곤 얼마 후 솔 시티 바깥세상인 L.A.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오빠의 실종신고에도, 그리고 시신으로 발견된 뒤에도 경찰은 왠지 수사에 미온적일뿐더러 뭔가를 감추는 분위기다. 이에 조는 오빠의 방에서 발견된 쪽지에 적힌 이름 ‘잭 덱스터’란 사람을 찾아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아를 만나 노아의 도움으로 사건의 진실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과연 오빠의 죽음 뒤에는 어떤 진실이 감춰져 있는 걸까?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소설, 『퍼셉션』 1권은 「조 밴더 빈의 비밀」로 조와 노아의 만남과 사랑, 여기에 조의 오빠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찾아가는 작업, 그리고 조의 또 하나의 감춰진 비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은 술술 읽힌다. 재미나다.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웹소설처럼 가벼운 느낌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소설은 몇몇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한다. 무엇보다 소설 곳곳에서 미래사회의 과학적 진보가 인류에게 축복이 아닐 수 있음을 경고한다. 과학만능주의를 경계하고. 아울러 과학 이면의 신앙과 믿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노아란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지만, 소설 속에서 노아의 아버지는 목사다. 그렇다고 해서 노아의 집안이 과학을 불신하진 않는다. 도리어 노아의 할아버지는 사실 조의 할아버지와 함께 GAP을 완성한 뛰어난 과학자다. 아울러 노아 역시 과학의 힘을 빌려 조의 오빠 사건을 추격해 나간다. 그러니 과학의 힘을 거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학 이면의 정신세계, 볼 수 없지만 믿을 수 있는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이처럼 소설은 과학만능주의를 경계하며 그 중심을 잡으려 애쓴다. 또 한편으로는 유전자 조작인간 뿐 아니라, 복제인간 역시 온전한 인간임을 이야기한다. 이것이 조와 노아 간의 로맨스, 그 사랑을 통해 보여주고자 함이다. 노아는 과학의 남용을 경계하며 GAP 반대시위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복제인간인 조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경계하기에 그 존재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경계하되 이미 만들어진 인간을 소모품이 아닌 영혼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작 조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는데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소설 『퍼셉션』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화두가 아닐까 싶다. 내 인식 건너편에 있는 인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균형 말이다. 아무튼 거두절미하고 소설은 재미나며,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아무래도 2권, 3권도 읽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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