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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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재는 괜히 금지구역처럼 느껴져 아버지가 계시지 않을 때면 더욱 찾게 되는 공간이었다. 그곳에 들어가 4면을 감싸고 있는 책장 가운데 어린 우리 형제들이 볼만한 책은 한정되어 있었다. 바로 그림이 많은 백과사전. 이 가운데 난 뱀 사진이 잔뜩 나오는 권을 좋아했더랬다. 언제나 그 책을 펴고 멋진 컬러 사진의 다양한 뱀을 보며 좋아하곤 했다(지금은 뱀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뱀 사진을 좋아했던지, 요즘도 명절에 형제가 모이면 간혹 그때 이야기를 하곤 한다.).

 

백과사전이란 말은 나에겐 그 당시 그림만 쓱쓱 살피던 때를 떠올린다. 그런 나에게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이란 책은 먼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추억의 한 자락을 떠올려 보며, 책을 든다. 결코 두껍지 않은 아담한 크기의 예쁜 책 디자인이 먼저 색다르게 느껴진다. 백과사전이라고 하면 무지 두껍고 클뿐더러 외형 디자인은 칙칙함을 자랑하며, 게다가 여러 권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한 게다. 이렇게 예쁜 백과사전이라니 싶어 이채롭다.

 

여기에 더하여 그동안 역사소설로 많이 만났던 이재운 작가가 써낸 백과사전이란 점 역시 특별함으로 다가온다(이재운 작가는 벌써 이런 작업물을 여러 권 내놓았는데, 난 소설만 여러 권 읽었을 뿐 이런 작업물은 처음 만났다.). 이처럼 다양한 감정을 버무려 책장을 펼쳐본다.

 

책을 읽는 가운데 또 하나의 색다른 느낌에 빠져든다. 백과사전이라면 그 내용이 따분할 것이라 여겨졌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그동안 모호하게 여겼던 많은 내용들을 마치 개그코너 <애정남>에서 명확하게 가르마를 타주는 것 마냥 알려주고 있어 신나게 끝까지 읽게 된다. 정독하는 백과사전이라니, 세상에 이런 일이...^^ 마치 일반 상식에 관한 여러 정보들을 전해주는 것 같아 재미나게 읽게 된다. 게다가 금세 읽힌다(물론 몇몇 개념들은 조금 딱딱한 감이 없진 않지만, 이런 내용들 역시 명확하게 짚어주기에 유익하다.).

 

물론 모든 어휘, 개념을 명확하게 가르마를 타주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정의는 여전히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그렇기에 책제목에 ‘상대적이며’란 단어가 들어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견이 없는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개념들, 어휘들이 있어, 정확하고 절대적인 정의를 내려주기에, ‘절대적인’이란 단어 역시 책제목에 들어간다.

 

여기에 책 제목을 또 하나 살펴보면, ‘우리말 백과사전’이다. 그럼, 여기 사전은 사전(事典)일까, 사전(辭典)일까?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이 책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말 어휘를 더 바르고 정확하게 정의한 사전이다.” 그러니, 어휘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사전(辭典)의 의미가 있겠다. 하지만, 실제 많은 내용들은 단순히 어휘에 대한 정의보다는 어떤 사물에 대한 정의 개념이 더 많다. 예를 든다면, 과일과 채소를 나누는 기준은? 찌개와 전골의 차이? 나비와 나방의 차이? ‘벚꽃이 피었다’고 말하기 위해선 얼마나 피어야 하나? 등 사전(事典)으로서의 내용들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덧붙이고 있지 않나 싶다. “아울러 우리말 어휘에 생명과 힘을 부여한 성과물이다.”라고 말이다.

 

이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을 통해, 그동안 궁금했던 많은 내용들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알게 된 것들이 참 많다. 작은 책이지만, 많은 지식은 단번에 습득한 마냥 배부르다. 이제 이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실생활 속에서 우리말을 보다 더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애써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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