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나의 불량파출소 시공 청소년 문학
문부일 지음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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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일 작가의 『Welcome, 나의 불량파출소』는 청소년소설로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제가 무겁다. 물론 내용도 무겁다. 하지만, 무겁기만 하진 않다. 무거운 주제를 풀어놓고 있음에도 청소년소설다운 가벼운 유머가 문장 곳곳에 담겨 있다. 그래서 무거우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고, 폭력의 피해를 생각할 때 아픔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 속에서 감동이 묻어난다.

 

행복동에서 살고 있는 강한철은 행복초등학교에 다닌다. 이제 곧 행복중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온통 ‘행복’이란 단어에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한철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의 주변에는 온통 ‘불량’인생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먼저, 부모를 잃은 한철을 돌보는 이모부는 울트라짱 불량 이모부다. 이모부는 집 밖에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누구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즉각 돕고 봉사하는 일을 시대적 사명인양 실천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행복동 주민들의 눈에 이모부는 완전 모범 주민이다. 하지만, 그건 밖에서의 모습일 뿐이다. 집 안에서는 한철을 폭행하고, 이모를 폭행한다. 완전 불량 남편에 불량 이모부다.

 

이런 이모부의 폭력의 피해자인 한철은 학교에서는 가해자의 자리에 선다. 물론 처음엔 학교에서도 피해자였다. 그리고 어쩜 지금도 피해자로 시작한다. 주변에서 한철을 가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불우한 환경 탓에, 또는 일진들의 표적이 되어. 그런 주변의 도발에 한철은 엄청난 폭력으로 보복한다. 중학교에 들어가선 학교 폭력조직에서 한철을 공을 들여 스카우트하려 애쓸 정도다. 이렇게 집에서는 폭력의 피해자로 신음하는 한철은 학교에서는 폭력의 가해자가 되어 말썽을 피운다. 뿐인가! 초등학생 때부터 행복파출소에 들락거리는 문제아다. 한철 본인이 완전 불량 어린이다.

 

하지만, 한철의 눈에 행복동 파출소 역시 불량파출소다. 아무 곳에나 노상방뇨를 일삼는 파출소장, 찢어진 청바지에 폭주족인 날라리 경찰, 여기에 욕쟁이 의경까지. 게다가 욕쟁이 의경은 자신의 후임 의경을 향해 폭력을 일삼는다. 이처럼 이곳 역시 불량파출소다. 게다가 한철에게 도움을 준답시고 라면 한 박스 전해준 것이 지역신문에 남으로 오히려 한철은 학교에서 놀림의 대상이 되어버렸으니. 한철에게 이곳 파출소야말로 모범과는 거리가 먼 불량의 온상지.

 

이처럼 불량 상태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향해 상처를 주는 행복동. 특히,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행복동이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직장폭력,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가십성 관심에 의한 언어폭력 등. 다양한 폭력이 난무하는 이곳이 과연 말 그대로 행복동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

 

작가는 외면하고 싶은 무거운 주제들, 애써 모른 척 하고 싶은 우리 주변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무거움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되, 두루뭉술하지 않고 구체적 정황을 보여준다. 때론 유머러스하게 풀어가되 결코 가볍지 않다. 때론 한철이 헤쳐 나가야 할 삶의 무게가 힘겨워 그 모습에 안타깝고 먹먹함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힘겨운 삶의 무게를 맞서고 견뎌내는 모습에 고맙기도 하다.

 

오늘 우리 곁엔 여전히 수많은 강한철이 존재한다. 우리 앞에 놓인 삶의 무게는 때론 우릴 넘어뜨리고 무너뜨리려 할 게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강한 철’이 되어 온갖 바람을 견뎌내며 나아갈 수 있길 소망해본다. 모두 행복동을 향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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