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방구통 아이앤북 문학나눔 18
한영미 지음, 정진희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태희 네 할아버지는 언제나 집안에서 솟대만을 만드신다. 왜 솟대를 만드느냐 물으면 금세 얼굴빛이 어두워지는 할아버지. 태풍 후엔 언제나 산에 올라 고사목을 가져 오시는 할아버지. 서울 한복판에서 지게를 지고 다시시기에 미친 할아버지 취급을 받는 할아버지.

 

태희는 바로 이런 할아버지에게 감춰진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비밀은 바로 할아버지가 경찰이었다는 것. 바로 여기에서부터 광주가 고향인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곳을 도망치듯 떠나왔으며, 할머니의 묘가 광주에 있음에도 자주 가지도 않을뿐더러 갈 때에도 아무도 몰래 다녀오듯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태희는 궁금해 한다.

 

왜 그런 걸까? 점차 태희는 할아버지의 비밀,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 감춰진 비밀이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5.18과 경찰인 할아버지. 평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사라가며 솟대를 만드시는 할아버지. 이쯤하면 대략 그림이 그려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 태희 할아버지는 5.18 이후 고향 마을에서 도망쳤다. 마을의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 당시의 일을 평생 속죄하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태희 할아버지가 민중들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댔던 것은 아니다. 도리어 태희 할아버지는 고향 마을을 그 살육의 광기로부터 지켜냈다. 하지만, 태희 할아버지는 5.18을 미리 알게 되고, 이를 마을 사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자신의 가족들만을 몰래 피신시켰던 것이다. 이 일로 마을 사람들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던 것.

 

5.18민주화 운동의 피해자들이 안고 있는 아픔과 상처 그리고 원망의 마음. 여기에 이를 바라보는 가해자(사실, 태희 할아버지는 가해자는 아니다.)의 속죄의 마음을 동화는 그려내고 있다. 결코 쉽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치유하길 원하는 마음이 동화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아울러 태희 할아버지의 속죄의 모습을 통해(실제 가해자는 아니지만), 피해자들을 향한 가해자의 속죄를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가해자의 진정한 속죄가 선행되어져야 아픈 상처가 아물지 않을까? 그럼에도 가해자들은 여전히 당당하고, 여전히 수많은 것들을 누리며 살아가는 역사와 사회의 부조리. 이런 부조리가 결국엔 또 다른 불의를 낳게 되는 것이 아닐까?

 

책 제목이 『부엉이 방구통』이다. ‘부엉이 방구통’은 고산지대의 소나무에 바이러스 등으로 상처가 생기고, 이 상처가 아물어가면서 툭 불거진 혹 모양을 말한다고 한다. 솟대를 이런 부엉이 방구통으로 만든다고 한다. 그러니, 동화 속에서 속죄의 마음으로 솟대를 만드는 할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부엉이 방구통’의 의미, 솟대가 갖는 의미 등을 합해 본다면, 이는 결국 쉽게 치유될 수 없는 5.18 희생자들의 상처가 아물게 되길 소망하고 있음이다.

 

동화처럼 5.18과 같은 끔찍한 일이 더 이상은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게 되길 소망해본다. 그럼에도 오늘 우린 또 하나의 상처를 안게 되었다. 국가인줄 알았던 대한민국이 국가 이하의 모습이었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국가최고 원수의 국가를 향한 개념이 어느 수준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으며 국가를 이끌어가는 자는 어떤 마음으로 역사 앞에 서 있었는지를 낱낱이 알게 되었다. 이로 인해 온 국민이 씻기 힘겨운 상처를 떠안게 되었다. 비록 힘겨운 시절을 우린 보내고 있지만, 결국엔 이런 모든 상처가 부엉이 방구통처럼 아물게 되길 바란다. 물론 그 치유에는 반드시 온 국민을 상실의 시대로 몰아세운 당사자들의 속죄와 수긍할만한 처벌을 통과하는 시간이 필요함은 당연하고 말이다.

 

나무는 상처를 품고 산당게. 떼어버리면 더 큰 상처가 생겨부러. 그랑게 상처도 내 몸이다 생각하고 평생 치유하려고 애쓰는 거랑게. 사람들도 비슷혀. 나무 같은 맴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당게.(57쪽)

 

종국엔 부엉이 방구통처럼 상처를 딛고 다시 단단해질 이 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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