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을 믿지 않는 어른들을 위한 요정 이야기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지음, 김혜연 옮김 / 책읽는귀족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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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출판사 책읽는귀족에서 출간된 『요정을 믿지 않는 어른들을 위한 요정 이야기』란 제목의 책은 요정에 대한 인문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일랜드 시인이자 극작가인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가 엮어낸 작업물이다. 예이츠는 요정에 대해서 『아일랜드 농민의 요정담과 민담』(1888, Walter Scott, London)이란 책과 『아일랜드 요정 이야기』(1892, T. F. Unwin, London)를 편집하였는데, 바로 이 두 책에 실린 내용 가운데 요정 이야기만을 따로 모아 출간한 책이 본 서적이다.

 

아일랜드 민중에게 내려오던 요정에 대한 문학들을 모아 놓은 글들이기에 이 글들을 통해, 아일랜드 민중은 요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해 주는 소중한 자료다. 요정은 구원 받을 만큼 선하지도 버림 받을 만큼 악하지도 않은 타락한 천사라고 이들은 생각했다고 한다. 주로 사람보다 작아서 ‘작은 사람들’이라고 부르기도 하였고, ‘좋은 사람들’(전혀 좋지 않음에도 두려움에 떨면서도 요정을 향해 이렇게 부르는 장면들이 이야기 곳곳에서 발견된다.)이라고 부르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재미난 것은 요정이 입는 옷에 대한 묘사가 많진 않지만, 가끔 나오는 모습에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 요정의 옷 색깔을 표현하는 것은 녹색이 유일하다. 또한 모자는 대체로 빨간 모자. 그러니 요정의 옷차림은 녹색 망토나 조끼, 그리고 빨간 모자가 아일랜드 인들이 생각했던 보편적 모습이었나 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작은 것만은 아니고, 요정들은 모습을 쉽게 바꾸기도 하고,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그 모양이 변하기도 하며, 체형을 쉽게 변화시키는 능력도 있다고 한다.

 

뭔가 초자연적 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 능력으로 사람을 돕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람을 괴롭히고 골탕 먹이기도 하는 이야기. 또한 요정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이야기도 있으며, 아울러 요정을 골탕 먹이고 이용하는 이야기 등 참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네 도깨비처럼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신발이 금세 닳는 요정들의 모습은 민족이 다르고, 생활환경이 다름에도 뭔가 유사한 부분이 있음을 알게도 해준다. 아이들을 훔쳐가고 병약한 요정으로 바꿔치기 당하기도 하고, 사람들을 골탕 먹이는 요정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 혹부리 영감과 유사한 이야기도 발견할 수 있고, 우리의 우렁이각시 이야기 비슷하게 밤마다 나타나 설거지를 해주는 요정 당나귀 푸카 이야기도 있어, 서로 다른 환경의 민족임에도 민중들의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있음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나다. 또한 요정 메로우를 아내로 삼은 이야기는 우리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공통점이 많다.

 

요정들은 대체로 게으른데, 부지런한 요정이 있다고 한다. 그건 바로 구두를 만드는 요정 레프라한이다. 요정들은 춤추는 것을 너무 좋아하니, 신발이 빨리 닳고, 그래서 신반을 만드는 요정은 언제나 부지런할 수밖에. 그리고 이렇게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이들 레프라한은 부자라고 한다. 이 요정 레프라한이 감춰둔 금화를 발견한다면, 로또 당첨된 것보다 더 횡재하게 될 게다.^^

 

이 외에도 동물의 정령인 푸카, 가문의 요정인 반쉬, 인어요정인 메로우 등 다양한 요정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아일랜드에 전해 내려오는 요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망라하고 있어, 아일랜드에 전래되어 오던 요정문학을 날 것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고맙고 소중한 자료다. 뿐 아니라, 재미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내용들도 많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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