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임당
손승휘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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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임당에 대한 책들이 봇물 터지듯 출간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시류에 맞춰 나 역시 사임당에 대한 소설 한 권 읽게 되었다. 손승휘 작가의 『소설 사임당』이란 책이다. 소설의 가독성은 참 좋다. 재미나게 술술 읽혀나간다.

 

소설을 통해, 무엇보다 사임당이란 여인을 만나게 되는 기쁨이 있다. 신사임당이야 오늘 우리가 가장 가까이 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 아닐까? 온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신사임당. 하지만, 그 사임당은 어쩌면 화폐 속에 유폐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젠 그저 5만원이란 이름으로. 그런 사임당을 화폐 속에서 해방시켜 소설 속에 다시 살아나게 해주고 이렇게 독자들과의 만나게 해준 작가가 고맙다.

 

단지 아쉽다면, 사임당이 주인공이 되어야 할 소설임에도 사임당 보다는 사임당 아버지인 신명화, 그리고 사임당의 외할아버지인 이사온, 또 뒤에 사임당의 남편이 되는 이원수 이렇게 세 사람의 남성 이야기가 더 주를 이룬다는 느낌이다. 물론,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린 사임당, 성장하는 사임당,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는 사임당이 계속하여 등장하고 있음에도 왠지 사임당은 조연에 그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이것이 당시 여성이 갖는 시대적 한계 때문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우리 한국미술사에 당당한 한 획을 그은 위대한 미술가 사임당에 대한 이야기도, 위대한 사상가 율곡 이이를 낳고 교육하며 기른 어머니의 역할도 약화되어 있음이 아쉽다.

 

물론, 작가는 당시의 시대적 한계 속에서 사임당의 진취적인 성향을 사임당의 입술을 통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저는 사내가 아니므로 세상일에 직접 참여할 수도 없고 출세를 할 수도 없지만, 대신 제 남편도 사내일 것이고 제가 아들을 낳으면 아들도 사내일 것이니까 그 사내들이 세상에 나가서 출세도 하고 나랏일을 하도록 돕겠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세상일에 아주 나서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요.(108쪽)

 

이게 어쩜 솔직한 상황해석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소극적인 모습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비록 여성의 역할이 극히 제한된 시대라 할지라도 그 가운데서도 혹 사임당의 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 상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을까? 그런 역사적 해석의 여지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차피 독자는 소설 속에서 역사를 읽어내려 하기보다는 소설이란 무대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인물을 만나길 원하니 말이다. 이 인물은 역사성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그럼에도 분명 재해석될 여지는 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대단히 가독성이 좋을뿐더러 사임당의 어린 시절 모습, 그리고 꿈꾸던 세상, 아내로서의 현실 속에서의 애환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좋다.

 

전 국민을 tv 앞으로 모이게 했던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유명 탤런트가 새롭게 tv 드라마에 복귀하며 사임당 드라마를 찍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내년 초 방영이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꼭 드라마를 위해 책을 읽을 필요는 전혀 없지만, 그럼에도 이왕지사 드라마를 볼 생각을 가진 분들이라면 드라마를 접하기 전에 사임당에 대한 소설 한 권 읽는 것도 좋겠다. 이처럼 쉽게 읽히는 소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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