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나무 - 박정식 연작 동시집 좋은꿈아이 6
박정식 지음, 김서연 그림 / 좋은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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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동시는 마음을 맑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동시가 좋다. 아니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는 주기적으로 동시를 읽는 것을 의무화할 필요를 느낀다. 그래서 동시를 꾸준히 읽고 감상한다. 어두워져가고 거칠어져가는 세상에서 맑은 마음을 지켜내기 위해서.

 

이번에 소개할 동시집엔 박정식 시인의 연작 동시집이다. 이 시집엔 대나무라는 주제로 노래한 동시들 53편이 실려 있다. 대나무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렇게 많은 동시를 노래할 수 있구나 싶다.

 

먼저, 시인은 대나무 안에 담겨진 대나무의 ‘속성’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우리가 배워 마땅한 인성들을 동시로 노래한다. 곧음, 비움, 단단함, 푸름, 맑음, 든든함, 강한 의지 등등을 말이다. 그 가운데 하나 적어본다.

 

속이 / 텅 / 빈 게 아니야 // 맑은 기운이 / 가득 / 찬 거야

<맑은 기운> 전문

 

시집의 첫 번째 동시다. 책장을 펼치며, 이렇게 맑은 기운을 가득 채우고 시작할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가.

또한 시인은 대나무가 어떻게 멋지게 사용되어지는지도 노래한다. 대나무는 활이 되어 왜적과 싸우기도 했고, 효자손이 되어 할아버지 가려운 곳을 긁어드리기도 한다. 빨간 고추 말리는 대소쿠리가 되기도 하고, 선생님의 죽비가 되어 졸린 아이들을 깨우기도 한다. 그 외에도 대숟가락, 꽃바구니, 부챗살, 이쑤시개, 복조리, 빗자루, 대평상, 죽침, 죽부인 등등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곁에 있는 대나무를 동시로 노래한다. 그 가운데 두 편의 동시를 적어본다.

 

큼직한 대소쿠리에 / 붉은 노을 // 할머니가 / 이고 가신다 // 고추 빨가니 / 익어 가는 / 가을날 오후

<붉은 노을> 전문

 

간짓대 / 깡마른 간짓대 // 높은 가지 / 홍시 따 주시는 // 우리 할머니 / 기다란 손이다

<할머니> 전문

 

이처럼 대나무는 하나의 사물에 그치지 않고, 할머니 땀방울의 결실로 익어가기도 하고, 손자를 향한 할머니의 사랑으로 열리기도 한다.

이뿐 아니다. 시인은 대나무밭의 풍경을 노래하기도 한다. 시인의 상상력 안에서 대나무 밭에 앉아 짹짹거리는 참새는 대나무가 키운 열매가 되기도 하고, 소풍 온 아이들을 반기는 풍경이 되기도 한다. 대울타리 둘러쳐진 시골집 풍경이 되기도 하고.

 

여기 실린 시들을 감상하노라면 대나무가 전해주는 다양한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 그 에너지 한 번 받아보자.

 

마디 // 마디 // 굵은 / 마디 // 그게 / 대나무 마음 아닐까? // 쉬이 / 부러지지 않으려는...

<대나무 마음> 전문

 

욕심이 / 없다 // 동그라미 / 동그라미 // 나이테조차 / 안 챙긴 걸 보면

<나이테> 전문

 

이처럼 아름다운 시로 탄생한 그 대나무, 우리 대나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시집 『우리 대나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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