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리포트 -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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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생명도 가벼운 것은 없다. 누군가의 잘못에 의해 생명을 잃은 사람이 있다면 마땅히 그 생명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사회야말로 공의가 살아 있는 사회일 게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런 공의가 살아 있을까?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말은 참 많이들 한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긴 할까? 그들의 가슴은 어디를 향해 열려 있는 걸까?

 

『가습기 살균제 리포트』란 이 책은 JTBC 방송의 <이규현의 스포트라이트>에서 특집 3부작으로 방송한 내용을 기반으로 정리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과연 우리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을까 싶다. 우리 대한민국을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다. 아니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할 의지가 우리에게 있을까 싶다.

 

자그마치 976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이다. 한 생명도 가볍지 않은데, 976명의 희생자라니. 이런 엄청난 사건임에도 여전히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우리 사회다. 오히려 희생자 가족을 더욱 큰 상실과 슬픔으로 몰아넣는 사회가 오늘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내가 당한 일이 아니라고,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또 하나의 가해자임에 분명하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고, 절망과 무력함에 빠져들게 된다.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최소한의 윤리마저 포기할 수 있는 기업들. 책임을 통감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두 번 다신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기보다는 책임전가에만 능력을 발휘하는 관계부처들. 법의 미비만을 핑계로 적극적인 역할을 방기한 정부. 그러면서도 정작 법다운 법 하나 만들지 못하는 국회. 자신이 이룬 학문적 지식과 권위를 기업을 위해 팔아먹은 학자들. 그리고 무엇이 불편하기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진실을 파헤치고 국민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방송미디어. 여기에 무관심한 우리 모두. 정말 종합 세트다.

 

단지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상품을 구입하여 사용하였을 뿐인데, 평생을 자신의 손으로 자녀를 죽였노라는 죄책감에 살아가야만 하는 희생자 가족의 그 아픔, 눈물은 과연 누가 닦아줄 수 있을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렇기에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는 방송과 이런 책이 고맙다. 더 많은 이들이 진실을 알고 함께 그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행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화학물질의 추적, 관리는 물론 공산품 관리도 무방비로 뚫렸지만 책임을 지겠다는 부처는 아무 곳도 없었다. 모두 당시 법대로 했다는 것만 줄곧 강조했다. 분명 피해가 발생했고 수 백 명이 사망하고 다쳤는데 가해자도,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과와 위로 대신 빠져나갈 방법부터 찾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수많은 참사 직후 익숙히 봐왔던 풍경이기도 하다.(88쪽)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미 공식 활동을 마감했다. 활동 연장을 요구하는 피해자 가족들을 향해, 90일간 할 만큼 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 참 대단한 주장이다. 여전히 절망적인 우리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절망을 뚫고 희망의 공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우리 대한민국이 되길 기도해본다. 우리 모두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바로 내 일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에게 밝은 내일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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