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신연의 3
허중림 지음, 홍상훈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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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연의』3권은 무도한 정치의 끝판 왕 주왕의 횡포로 인해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주나라에 모여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모여드는 대표적인 인물이 무성왕 황비호이다. 상나라의 충신으로 주왕에게 바른 소리를 하며, 또 충신들의 사정을 암암리에 봐주었던 황비호가 2권 말미에 주왕에게 반기를 든다. 주왕과 달기의 방탕함이 극에 달해, 황비호의 아내를 주왕이 탐하다 죽이게 되고, 또 황비호의 여동생인 황비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은 만행이 그 원인이다.

 

이렇게 극악무도 한 주왕에게 반기를 든 황비호는 이제 주나라에 투신하기 위해 목숨을 건 도주를 감행하게 된다. 2권에서는 문왕 서태후의 천라지망을 뚫는 도주가 그려졌다면, 3권은 황비호의 도주로 시작된다. 황비호의 목숨을 건 도주와 이를 막기 위한 상나라 충신 문중(상나라의 태사 太師) 의 추격 장면으로 3권은 시작한다.

아울러 황비호 외에도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주나라로 몰려들어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되고, 이렇게 모여든 영웅들과 상나라의 충신 문중 간의 격전이 거듭하여 펼쳐진다. 천하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강상과 문중 간의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돌아가게 될까? 3권은 이처럼 상나라와 주나라의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이다.

 

3권에서 또 하나 주목하게 되는 점은 이제 본격적으로 도교 신선들 간의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는 점이다. 도교의 커다란 두 지류 천교(闡敎)와 절교(截敎)의 신선들 간의 대결을 통해, 천계와 지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한다. 주나라의 강상은 천교 원시천존의 제자이고, 상나라 문중은 절교 금령성모의 제자다. 이런 관계로 인해, 소설 속에 수많은 신선들이 등장하는 데, 이들은 아직은 우화등선하지 않은 수련가운데 있는 도사들이라고 보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우화등선하지 못한 도사들과 그 제자들이 ‘상나라 vs. 주나라’, ‘천교 vs. 절교’ 라는 공식으로 서로 대립하게 된다고 보면 되겠다.

 

아울러 소설 속에서는 천교가 정통적이고 정도를 걷는 도교의 지류이고, 절교는 이단사설로 묘사된다. 천교 도사들은 술과 육식을 금하지만, 절교는 이 모든 것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통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암암리에 절교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소설 속의 절교는 좌도방문으로 폄하된다(이건 온전히 소설 속의 견해이지, 종교적으로 실제 그렇다는 의미는 아닐 게다.).

 

3권에서는 문 태사 문중의 초청에 응하여 오게 된 10명의 도인들이 펼치는 10개의 진법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무협소설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진법의 원형격인 10개의 진법을 펼치는 도인들. 그 모습이야말로 판타지의 끝판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장면만으로도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마치 메이즈 러너(The Maze Runner; 2014) 같은 영화 한 편 거뜬하지 않을까? 진속에는 다양한 생문과 사문이 존재하기에 더욱 풍성하고 환상적인 그림들을 만들어낼 것 같다. 그 환상적인 결투로의 초대가 독자들을 즐겁게 만든다.

아울러 여러 영웅호걸들에 의해 등장하게 되는 각종 보물들(둔륜장, 건곤권, 오구, 교룡금편, 막야, 취풍번 등)과 각종 영물들(옥기린, 묵기린, 사불상, 오색신우 등)의 존재도 소설을 더욱 환상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존재들은 무협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반가울뿐더러 무협소설에서 종종 보게 되던 이런 요소들이 『봉신연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도 알게 한다. 이 또한 『봉신연의』가 주는 소소한 선물이다.

 

여전히 3권에서도 주왕의 극악무도한 횡포들을 통해, 과연 그릇된 천자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선인가? 오만방자한 악행을 묵인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어쩌면 이는 주나라가 세워져야 하는 당위성을 이야기해야 하기에 계속 거듭될 것 같다.). 오늘 우리는 진정한 선을 따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참, 3권쯤 오니, 스토리 사이사이에 나오는 수많은 시구들에 익숙해지게 된다. 솔직히 처음엔 스토리를 방해는 느낌이 컸는데, 오히려 3권쯤 진행되니, 이들 시구가 당시 풍광을 묘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자연 풍광을 묘사하는 장면은 『서유기』를 많이 인용하고 있음도 『봉신연의』의 특징일 수 있겠다.), 내용을 정리하거나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여 톡톡히 그 독특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어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되기도 한다. 이제 과연 천하의 운명을 건 대결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한 마음을 품고 3권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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