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먹는 날 크레용하우스 동시집 7
송명원 지음, 김도아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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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원 시인의 동시집 『짜장면 먹는 날』은 산골 작은 학교 교사인 시인이 보내준 산골 마을 풍경입니다. 동시집이기에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 귀여운 모습들이 묻어나는 동시들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뿐 아니라, 산골 마을의 힘겹고 퍽퍽한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시들 역시 가득합니다.

 

어쩌면 어린이다운 생각과 느낌보다는 어른의 시각에서 고단한 시골풍경을 그려내고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단한 삶을 바라봄에 있어 어른의 눈과 아이의 눈이 다를 리는 없습니다. 아이들 역시 삶의 고단함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삶의 무게, 그 퍽퍽한 삶에 대한 노래 역시, 아이들의 눈으로 그려내는 동시라 말할 수 있겠네요.

 

이처럼, 시인은 삶의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고단함 안에 담겨진 아름다움도 발견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향한 돌아봄, 공감, 배려, 함께 함, 사랑, 그리움 등 다양한 인성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시인이 말하는 시집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물이 아닐까 싶네요.

 

예를 든다면 이렇습니다. 고사리 양식에 성공함으로 이제 국산 고사리를 값싸게 살 길이 열렸습니다. 이런 뉴스는 분명 기쁜 소식입니다. 하지만, 그 뉴스를 듣는 아이의 마음에는 고사리를 꺾어 용돈 하시던 산골 할머니들의 주머니를 염려하게 됩니다. 이제 할머니들의 주머니가 얇아지게 될까 말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돌아봄입니까.

 

산에서 힘들게 꺾던 고사리를 / 밭에서 키우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 아홉 시 뉴스에 나왔다. // “이제 중국산 걱정 안 하고 / 싼 가격에 먹을 수 있겠어요!” / 인터뷰하는 아줌마가 기뻐서 말한다. // 아이고, 그런데 이건 어쩌나? // 앞산 뒷산 고사리 꺾어 팔아 용돈 하던 / 영식이 할머니 동철이 할머니 / 미숙이 할머니 주머니가 / 얇아지게 생겼다.

< 걱정 > 전문

 

비 오는 날 한 아이는 버스에 오를 때, 참 살뜰하게도 신발에 묻은 흙을 닦아냅니다. 우산의 빗물도 꼼꼼하게 털어내고요. 그건 바로 버스 청소 일을 하시는 엄마를 향한 사랑, 배려의 마음입니다. 버스 청소 일을 하시는 엄마를 부끄럽게 여기기보다는 도리어 작은 것 하나 신경 쓰는 이런 마음이야말로 진짜 아름다운 어린이의 마음, 동심이 아닐까요.

 

저어어어어기 / 버스가 온다. // 운동화에 잔뜩 묻은 흙은 / 시멘트 바닥에 쓱쓱 문지르고 / 뚝뚝 떨어지는 빗물은 / 우산 접어서 탈탈 털어 낸다. // 버스 바닥에 버려진 종이는 / 주워서 주머니에 넣고 / 앞자리에 발 올리고 게임하는 아이들은 / 눈 흘겨서 몰래 째려보면 / 어느새 도착한 / 봉화 버스 종점 // 빗자루 물걸레 양손에 든 채 / 버스에 타는 엄마에게 / 마지막으로 한번 씩 웃어 준다.

< 우리 엄마는 버스 청소부 > 전문

산골 시골 마을의 삶은 고단합니다. 일거리가 가득한 할머니는 쉬는 날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쉬는 날은 너무 아파 병원에 가는 날뿐입니다. 엄마도 아빠도 쉴 시간 없이 밭일, 논일을 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어린이날도 아이에겐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이 아닌, 그저 하루 학교에 쉬는 날에 불과합니다.

 

옆동네 고추 / 뒷동네 고추 / 앞동네 고추 / 온동네 고추 / 고추란 고추는 다 따 주고 // 아이고 허리야, / 밤새도록 허리 두드리고 // 아이고아이고 어깨야, / 밤새도록 어깨 주무르고 // 드디어 할머니는 / 읍내 병원에 간다.

< 할머니 쉬는 날 > 전문

 

논에 물 대어야 한다고 / 새벽일 나가신 아버지 // 고추 정리한다고 / 밭에 일 가신 어머니 // 논둑 따라 터벅터벅 / 논에 갑니다. // 밭둑 따라 터벅터벅 / 밭에 갑니다. // 뒷산 너머로 해가 / 꼴딱 넘어갑니다. // 나의 어린이날도 / 꼴딱 넘어갑니다.

< 어린이날 > 전문

산골마을엔 외로움이 가득합니다. 어른도, 아이도 외롭습니다. 산골 시골마을에서의 삶이란 게 그렇습니다. 어르신들은 명절에도 오지 않는 자녀 손주들을 그리워합니다. 아이들은 함께 놀 아이가 없어 핸드폰만 만지작거려야 하는 외로움이 있습니다. 이처럼 산골마을에서 전해지는 외로움에 가슴이 저려오네요. 올 추석에도 택배 아저씨만 바빴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한과 한 상자 / 홍삼 한 박스 / 굴비 한 두름 //

추석이 지나도록 / 기다리던 아들 손자는 오지 않고 / 택배 아저씨만 들락날락합니다

< 택배 > 전문

 

노래 듣고 / 만화 보고 / 게임 하고 / 사진 찍고 / 문자 하고 / 전화 하고 / 메일 쓰고 / 검색 하고 // 아빠 엄마도 /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도 / 학교 선생님도 / 나보고 휴대 전화 중독이란다. // 동생 한 명 / 동네 언니 한 명 / 우리 반 친구 한 명이라도 있으면 // 당장 오늘부터 / 나, 너랑 안 놀 수 있어.

< 친구 > 전문

산골마을의 삶은 불편합니다. 짜장면 한 그릇 마음대로 시켜먹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짜장면이 먹고 싶을 땐, 온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를 초대하게 됩니다(온 마을 사람이라고 해야 일곱 명이 전부이지만 말입니다.).

 

아빠 엄마 나 / 세 그릇 가지고는 배달 못 한다는 / 중국집 아저씨의 말에 / 우리 동네 일곱 명 모두 우리 집에 모았다. // “이리 모인 것도 오랜만이네 그려.” / “오늘 무슨 날인가벼? 읍내 짜장면이 여그까지 오고.”/ “이게 다 우리 현수 덕분이여, 현수.”// 동네 사람들의 칭찬 들으면서 / 후루룩후루룩 / 짜장면 그릇 제일 먼저 비웠다.

< 짜장면 먹는 날 > 일부

이처럼 산골 마을의 삶이란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 안에 정이 있습니다. 뿐 아니라, 우리가 산골마을의 풍경을 보며, 힘들겠다. 외롭겠다. 불편하겠다. 판단하지만, 실상은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시선임도 시인은 알게 해 줍니다.

 

쉰일곱 살 / 아빠는 청년 회장님! // 필리핀에서 온 / 엄마는 부녀 회장님! // 공부 못해도 / 나는 전교 회장님! // 혼자 입학한 동생은 학급 회장님! // 우리 집에는 / 회장만 넷이 산다.

< 우리 가족 > 전문

 

노령화된 마을공동체, 보편화된 다문화 가정, 줄어드는 아이들, 이런 모습이 산골 마을의 풍경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다양한 접근은 어쩌면 우리의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공부를 못해도 전교 회장님이라는 외침. 온 가족이 회장이라는 당당한 외침에 도리어 힘을 얻게 됩니다. 그러니 산골마을에서 들려온 동시는 우리에게 힘을 줍니다. 그런 고마운 산골 마을에 나 또한 응원을 보내봅니다. 특히, 수많은 산골 마을에 있을 동심들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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