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고개 탐정 6 : 엘리트 클럽의 위기 스무고개 탐정 6
허교범 지음, 고상미 그림 / 비룡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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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에 <스무고개 탐정 사무소>를 차려놓은 ‘스무고개 탐정 클럽’. 이제 이들이 첫 번째 사건을 의뢰받기에 이른다(공식적으로는 두 번째 사건이란다. 작은 사건을 하나 의뢰받음으로.). 다름 아닌 학교 내에 존재하는 비밀조직 ‘엘리트 클럽’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조사다.

 

‘엘리트 클럽’은 각기 한 가지 방면 이상에서 뛰어난 아이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그 뛰어남이 클럽 회원으로 적합하다 여겨질 때, 기존 회원들 허락 하에 가입할 수 있는 비밀 조직. 부잣집 아이, 실력 있는 운동선수, 바이올린 연주가, 탁월한 미술 재능을 가진 아이, 고등학교 과정 수학문제를 줄줄 푸는 초등 4학년, 예비 연예인 등 모두 특출 난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 회원이 한 명씩 테러를 당하기 시작한다.

 

수학천재의 수학문제집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부자 공주님의 명품 가방이 찢어졌다. 클럽 수장으로 권위가 있던 회장은 다른 회원들이 보는 앞에서 강력접착제로 의자에 붙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게 된다. 수영선수는 발을 삐고,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는 손가락을 다친다. 연예인은 머리를 밀게 되고, 마지막 남은 바이올린 연주가는 이 모든 사건의 범인으로 내몰려 고통당하게 된다.

 

과연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아니, ‘스무고개 탐정클럽’은 어떤 과정을 통해, 범인을 밝혀낼 수 있을까? 그렇다. 과정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 스무고개 탐정이 질문하는 20개의 질문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만은 특징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스무고개 질문이 왠지 동화의 이야기를 구속하고, 한계에 부딪히게 한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아울러 어떤 것이 질문에 속하고 어떤 것이 질문에 속하지 않는지 그 구분도 불분명하고. 스무고개 질문이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의 성격을 규정하는 단단한 틀임에 분명하지만, 오히려 이젠 이 틀을 깨뜨려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니, 굳이 깨뜨린다기보다, 그 틀에 억매이지 말고, 이제는 보다 자유롭게 질문하며 사건에 몰입하는 건 어떨까? 그럴 때, 더 자유롭고 참신하고 흥미진진한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 입장에서 해보게 된다.

 

이제 『스무고개 탐정 시즌Ⅱ』 두 번째 책이자,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은 『엘리트 클럽의 위기』란 제목이다. 본격적으로 학교 내에서 사건을 의뢰받아 해결해나가는 ‘스무고개 탐정클럽’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제 ‘스무고개 탐정클럽’ 회원도 더욱 늘어났다. 스무고개 탐정, 문양, 명규, 다희 뿐 아니라 마술사, 주원까지 자연스레 회원이 된다. 여기에 스무고개 탐정의 아픈 손가락이자, 오랜 친구인 병호 역시 ‘스무고개 탐정클럽’의 잠재적 회원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렇게 ‘스무고개 탐정클럽’ 회원들이 ‘엘리트 클럽’에 불어 닥친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멋지다. 특히, 이들 탐정클럽 안에 속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스무고개 탐정과 대립했던 관계에 있던 마술사, 그리고 주원이 이젠 대립의 각을 허물고, 함께 어우러지게 됨이야말로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가 우리에게 말하는 감춰진 메시지가 아닐까? 경쟁관계에 있었고, 서로 원한을 품었던 사이라 할지라도 그 벽을 허물고 하나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번 이야기를 통해 아무래도 진정한 ‘엘리트 클럽’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것 역시 작가의 숨겨진 의도가 아닐까? 이야기 속의 ‘엘리트 클럽’에 속한 아이들은 뭔가 남들보다 뛰어난 아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그 뛰어남을 들여다보면, 어떤 아이는 자신의 것이 아닌, 부모의 것을 자신의 것인 양 착각하고 그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도 있다. 물론, 부모의 부가 자녀에게 이어지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런 고민 없이 부모의 부로 인해 ‘엘리트 클럽’에 속하게 되는 ‘엘리트 클럽’이라면 가짜다. 오히려 위기를 맞아야 당연하지 않을까?(물론 회원 개인에 대한 위협이 아닌 클럽 자체의 위기를 말한다.)

 

초등4학년임에도 고교과정 수학문제를 술술 풀어내는 아이는 수학문제 푸는 것이 쉽다. 하지만, 재밌고 즐겁지는 않다. 수학문제를 푸는 것 역시 사실 부모의 강요에 의한 것이지 자발적인 것은 아니다. 이런 아이의 모습은 또 하나의 씁쓸함을 안겨준다.

 

또한 진짜 엘리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 남보다 뛰어난 점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남보다 더 가진 것은 남을 위해 사용하도록 주어진 것이다. 이것을 오로지 자신을 위해 쌓아가는 아이들, 그리고 그렇게 주어진 것을 비밀스러운 조직 안에서 뽐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씁쓸함을 자칫 우리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엘리트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엘리트 클럽’안에서 회원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그저 몇 번 회원으로 칭할 뿐이다. 각자의 개성이 사라지고 그저 하나의 번호에 불과한 모임이라니. 그들은 서로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이것이 그들을 의젓하게 만드는 걸까? 아니다. 그들은 그저 어른 흉내를 내며, 자신들의 동심을 스스로 파괴하는 어리석은 모습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엘리트 클럽’은 그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하나의 괴물에 불과하다. 이런 괴물이기에 해체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엘리트 클럽에 불어 닥친 위기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마땅한 해체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사건의 범임을 밝혀내는 스무고개 탐정과 친구들도 멋지지만, 오히려 범인의 역할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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