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나무 꿈공작소 31
인그리드 샤베르 글, 라울 니에토 구리디 그림, 하연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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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림책 『마지막 나무』(글-인그리드 샤베르, 그림-라울 니에토 구리디)는 안타까움과 감동이 공존하는 그림책입니다.

먼저, 안타까움은 주인공이 사는 시대는 풀밭도, 나무도 없다는 점입니다. 오직 아스팔트 도로와 시멘트 담벼락, 그리고 높은 빌딩만이 존재하는 시대입니다. 아니, 풀밭이 존재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 풀밭을 가려면 아주 멀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야만 합니다. 게다가 그 풀밭이란 게 절대 밟아볼 수 없는 풀밭입니다. 풀이 겨우 열세 포기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엔 열일곱 포기였는데, 그나마 자꾸 줄어드는 풀밭 아닌 풀밭. 나무는 존재하지도 않는 시대입니다. 나무를 보려면 옛 책을 펼쳐야 합니다. 나무는 그저 책에서나 존재하는 과거의 것에 불과합니다. 이 얼마나 안타깝고 막막한 시대입니까?

물론 이는 극히 과장된 내용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내용임을 알기에 더욱 가슴 졸이게 합니다. 이미 우리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풀밭을 밟아보기 위해선 차를 타고 멀리 교외로 나가야만 합니다. 이미 우리에게도 푸른 숲과 풀밭보다는 아스팔트와 시멘트, 높은 빌딩이 익숙하지 않은가요.

 

결코 그림책처럼 우리는 마지막 나무를 보지 않아야 합니다. 수많은 나무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자라나며, 우리에게 푸르름을 안겨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안타까움과 함께 감동 역시 존재합니다. 이 감동은 마치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느꼈던 감동과 유사합니다. 황폐해지고 모든 이가 떠난 죽은 땅에 희망을 품고 날마다 수많은 씨앗을 심는 양치기 부피에. 그 부피에의 모습에서 느끼는 감동을 그림책 『마지막 나무』의 주인공 ‘나’에게서 발견하게 됩니다.

‘나’와 친구 거스는 어느 날 정말 어린 나무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그곳이 개발구역이어서 247층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나’와 거스는 또 다시 허벅지가 터질 정도로 자전거를 빨리 몰아 그곳으로 달려가선 어린 나무를 조심스레 캡니다. 그리곤 안전한 곳에 땅을 파고 어린 나무를 심죠. 이 마지막 나무가 무사히 자랄 수 있도록 빌고 또 빌면서 말입니다.

 

누군가는 하찮게 여길 조그마한 싹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싹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리고 실천적 행동은 이 조그만 싹에서 커다란 나무를 키워냅니다. 오늘 이 땅에서 자라는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삶 속에서 수많은 나무들, 생명을 지켜내고 키워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은 싹 하나의 생명마저 귀하게 여기는 인성을 갖출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현실의 삶을 바라보는 안타까움과 생명을 살려내는 감동을 우리 가정에 심겨진 어린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고, 생명의 소중함을 길러주는 너무나도 귀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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