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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열쇠의 비밀 ㅣ 일공일삼 66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이원경 옮김 / 비룡소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모범생 잭은 어느 날 완전범죄를 꿈꾸며 한 가지 일을 계획한다. 그건 가장 냄새가 고약한 껌을 잔뜩 씹어 음악실 책상 밑에 붙여두려는 것. 잭이 이 일로 학교 ‘관리인 존’을 골탕 먹이려는 거다. ‘관리인 존’이 잭에게 어떤 잘못을 했기에 그럴까?
‘관리인 존’의 잘못은 명백하다. 바로 잭의 아빠라는 사실. 잭은 아빠가 학교 청소부인 것이 창피하다. 2학년 때만 하더라도 장차 무엇이 되려나는 질문에 잭은 아빠처럼 건물 관리인이 되겠다고 대답했다. 그런 잭은 5학년인 지금 아빠가 학교 관리인인 것이 너무 창피하다.
아빠의 직업을 창피하게 여기는 아들의 모습. 가슴 아프다. 이 아들의 마음을 아빠가 알게 된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 뿐 아니라, 아빠처럼 건물 관리인이 되겠다던 잭에게서 그 멋지고 자랑스럽던 일을 ‘창피’한 일로 바꿔버린 주변의 시선과 조롱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쩌면 우리의 시선 역시 이와 다르지 않기에.
아무튼 이렇게 아빠를 골탕 먹이려던 잭.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결국 범인임이 밝혀진다. 잭은 3주 동안 매일 방과 후 한 시간씩 학교에 붙어 있는 껌을 제거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것도 ‘관리인 존’의 지도를 받으며 말이다.
이렇게 잭은 아빠와의 불편한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하는 불편함, 창피한 아빠와 똑같은 일을 해야만 하는 불편함. 하지만, 이 불편한 시간 속에서 잭은 자신을 구원할 놀라운 열쇠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그 열쇠를 통해 놀라운 공간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은 바로 아버지의 감춰진 비밀의 공간이다. 과연 이 비밀의 공간에서 잭은 아빠의 어떤 모습을 만나게 될까? 또한 이 불편한 부자 관계 이대로 괜찮을까?
크리스토퍼 상, 에드거 상을 수상한 작가 앤드루 클레먼츠의 『황금 열쇠의 비밀』은 아빠의 직업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아들과 아빠와의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을 멋지게 보여주는 따스한 동화다. 그리고 이 회복에 두 개의 열쇠가 역할을 감당한다. 물론, 이 열쇠는 ‘황금 열쇠’도 아니다. 보물 상자를 열어줄 열쇠도 아니다. 놀라운 모험의 세상, 신비한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열쇠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열쇠를 통해, 잭은 아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아빠를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아빠와의 멀어졌던 관계가 회복되고. 그렇기에 이 열쇠는 여느 보물 상자를 열어줄 열쇠보다 더 값진 열쇠다. 또한 아빠의 감춰진 멋진 모습과 만나게 될 그 공간을 열어줄 열쇠이기에 가장 신나고 멋진 모험의 세계로 들어가게 해주는 열쇠다.
이 멋진 열쇠를 오늘날 이 땅의 수많은 깨어진 가족 관계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울러 모든 남성들은 자신만의 비밀의 공간을 갖길 원한다. 그 비밀의 공간이 잭의 아빠 ‘관리인 존’과 같을 수 있다면. 아울러 잭의 할아버지에게도 아빠가 몰랐던 그런 멋진 비밀의 공간들이 있었다. 비밀의 공간이 은밀하고 부끄러운 공간이 아닌, 이들처럼 멋지고 감동을 주는 공간, 세상을 따스하게 덥혀줄 공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모두 이런 비밀의 공간을 여는 열쇠 하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