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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교실 ㅣ 문학의 즐거움 54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김영인 옮김 / 개암나무 / 2016년 8월
평점 :
후쿠다 다카히로의 동화 『넘어진 교실』은 학교에서의 왕따 문제를 다루고 있는 동화입니다. 동화는 블루와 오렌지 두 아이가 화자로 등장하여 진행됩니다. 동화의 전반부에서는 블루의 시선으로, 후반부에서는 오렌지의 시선으로 왕따 문제를 접근합니다.
블루는 존재감이 없는 5학년 사내아이입니다. 조그마한 덩치에다 저질 체력이기에 아이들에게 맞서 싸울 용기가 없는 아이입니다. 그런 블루를 아이들이 괴롭힙니다. 마치 블루를 자신들의 장난감 같은 존재로 여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이런 아이들과 맞서 자신을 지켜낼 무기가 있길 바라는 블루는 어느 날 그 무기를 발견합니다. 그건 바로 학교 아이들의 피라미드 조직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이토라는 아이입니다.
이토는 일진은 아닙니다.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못된 아이도 아닙니다. 언제나 빛이 나는 아이죠. 아이들의 시선이 언제나 이토에게 집중되어, 이토에게 잘 보이길 원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이런 이토가 이웃이라는 것을 알게 된 블루는 이토와 어떻게든 친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토와 친해지면, 자신을 향한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블루는 이토와 친해지게 되고, 어느 샌가 아이들의 타겟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오히려 아이들과 어울리는 아이가 되죠. 이렇게 블루는 왕따에서 벗어났는데, 그 화살이 그만 이토카와라는 아이에게로 향하게 됩니다. 이 모습이 블루는 안타깝죠. 하지만, 혹여 왕따와 괴롭힘의 화살이 다시 자신에게로 향할까 두려운 블루는 애써 모른 척 합니다. 과연 블루는 끝내 침묵할까요? 그런 침묵으로 블루는 행복할 수 있을까요?
동화의 후반부에서는 오렌지라는 여자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여자아이들 간에도 왕따가 진행되고 있네요. 그 대상은 바로 오렌지의 절친인 히나입니다. 히나는 참 착한 아이입니다. 언제나 장애가 있는 저학년 아이들을 돌보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오히려 다른 여자아이들의 눈에는 보기 싫었나 봅니다. 그래서 왕따의 대상이 되죠. 오렌지는 자신의 절친인 히나를 돕기 위해 애를 쓰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도움에 히나는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점차 오렌지 역시 히나를 피하게 됩니다. 자신도 함께 따돌림을 당할까 섣불리 히나 편을 들지 못하기에 도리어 피하게 되는 겁니다. 왕따의 현장을 외면하려 합니다. 과연 이런 아이들의 모습,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동화 『넘어진 교실』은 왕따 문제에 대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괴롭히고 누군가를 집단으로 따돌리는 행위를 가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아이들이 악마여서도 아닙니다. 그 아이들은 그저 재미삼아 합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그것이 자신들에게는 하나의 ‘놀이’라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하는 아이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처럼 놀이로 왕따를 하는 아이들이 있는 한 그 학업의 현장 교실은 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겐 악의적 의도가 없다 말할지라도 그 안엔 분명 악마적 모습이 감춰져 있습니다. 왕따는 결코 가벼운 ‘놀이’가 아님을 우리의 아이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또한 동화 속에서 혹 왕따의 화살이 자신에게로 향할까 두려운 마음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때론 외면하고 침묵합니다. 하지만, 이런 외면과 침묵 역시 왕따 그 범죄의 한 힘이 된다는 것을 우린 압니다. 이런 외면과 침묵이 있기에 왕따의 행위는 더욱 힘을 얻어 계속되는 겁니다. 그렇기에 침묵함에서 벗어나 용기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감사하네요. 우리네 아이들 교실 역시 이런 용기가 가득한 교실이길 소망해 봅니다. 결코 우리네 아이들의 교실이 넘어진 교실이 아닌 온전히 세워진 교실이 되길 말입니다.
또한 어떤 아이들은 왕따 당하는 아이들을 향해 그 아이가 그렇게 당하게 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왕따 당하는 아이에게로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겁니다. 이런 행위는 비겁한 행위일 뿐 아니라, 대단히 위험한 접근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동화 속의 아이들은 이런 자신의 잘못을 금세 깨닫게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잘못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금세 깨닫게 되는 축복이 있다면 좋겠네요.
자신들의 친구들이 넘어지고 있음을 깨닫는 지혜와 함께 용기를 내어 왕따의 문제를 맞서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 훈훈하게 만듭니다. 동화처럼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 속에선 그리 녹녹치 않음이 우리 아이들의 아픔이겠죠. 우리 아이들의 교실은 넘어진 교실이 아닌 건강한 교실이길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서로에 상처주고 힘들게 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혹여 아이들이 상처받고 아파한다 할지라도 견디지 못할, 이겨내지 못할 아픔이 아니길 빌어봅니다. 우리 아이들의 교실이 온전히 세워지길 기도하게 되는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