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금번 책읽는섬(열림원)에서 출간된 『헤밍웨이 죽이기』란 책은 여러 면에서 특별하다. 먼저, 이 책은 12명의 단편미스터리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그 12명의 이름은 이렇다.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 아서 밀러(Arthur Miller),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싱클레어 루이스(Sinclair Lewis), 맥킨레이 캔터(MacKinlay Kantor), 수전 글래스펠(Susan Glaspell), T. S. 스트리블링(T. S. Stribling),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Edna St. Vincent Millay), 제임스 굴드 커즌스(James Gould Cozzens), 마크 코널리(Marc Connelly), 스티븐 빈센트 베네(Stephen Vincent Benet).

 

위 12명의 이름을 살펴보면 익숙한 이름들도 눈에 띄며, 낯선 이름들도 보인다. 그런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노벨문학상이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점이다. 그러니 12명 모두 대문호라 말할 수 있는 이들. 바로 이들의 미스터리 단편소설을 엮어놓은 책이다. 와~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에선 뭔가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가 흘러나온다.

 

또 하나 이런 대문호들의 미스터리 단편소설을 선별하여 엮은이는 엘러리 퀸이다. 엘러리 퀸은 두 사람의 필명이다. 사촌간인 멘프레드 리, 프레데릭 대니, 이 둘이 함께 사용하는 필명. 이들이 누군가 찾아보니 이들을 향해 “미국의 탐정 소설 그 자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얼마나 위대한 찬사인가. 이런 찬사를 들을 정도인 추리 소설 대가들이 선별한 대문호들의 미스터리 단편소설집. 이런 이유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과연 이들 대문호의 미스터리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들게 된다. 12편의 미스터리 단편소설. 먼저, 갖게 되는 감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스터리의 범주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많기에 의아함이었다. 또 어떤 작품은 대문호의 작품도 이렇게 재미없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적잖은 위로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또 어떤 작품들은 역시 대문호는 자신의 주력 장르가 아닌 장르를 써도 이런 작품이 나오는 구나 싶은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도 있다. 12편의 작품들은 대체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통 미스터리(솔직히 정통 미스터리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흔히 생각하는 탐정추리소설.) 소설과는 거리가 좀 있다.

 

하지만 12편의 작품들이 작가가 다른 만큼 각기 모두 색깔이 다르고 느낌도 다르며, 심지어 장르마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는 점이 어쩌면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기괴한 분위기의 작품도 있고, 몽환적인 작품도 있으며, 심지어 철학적 느낌의 작품도 있다. 물론, 정통 추리소설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작품도 있으며, 새로운 명탐정을 알게 된 기쁨을 주는 작품도 있었다. 어느 작품은 페미니즘 성향이 짙은 작품도 있다(이 작품은 작가가 여성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도 참 좋았다.). 마지막 반전이 두드러진 작품들도 몇 있었으며, 갱스터 느와르 범죄소설이라 말할 수 있는 작품도 있었다.

 

대체로 고전의 느낌이 나는 작품들이면서도 읽다보면 은근히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과 힘이 있는 작품들. 그래서 짧은 분량인 단편이기에 감칠맛 나는 아쉬움, 좀 더 읽고 싶은데 하는 마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대문호들의 미스터리 단편소설들을 12편 읽었다는 부듯함과 배부름을 선사하는 책. 이 책이 독자들을 부른다. 그 부름에 응하는 자는 묘한 12가지 색깔의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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