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 바이러스 다릿돌읽기
정란희 지음, 정숙희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바이러스라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세균보다 더 작은 녀석들로 무엇보다 전염의 특징을 갖고 있죠. 사스, 에볼라, 메르스, 지카 등등 우리들을 전염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바이러스입니다.

 

이런 바이러스를 우린 또한 은유적으로 사용하곤 합니다. 부정적인 의미만이 아닌, 긍정적인 의미로 말입니다. 행복 바이러스, 기쁨 바이러스, 웃음 바이러스, 배려 바이러스 등을 들 수 있겠어요. 이처럼 긍정적 에너지가 옮길 바라는 마음이겠죠.

 

여기 또 하나의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바로 정란희 작가의 신작 동화 『우등생 바이러스』입니다.

 

주인공 조창달은 얼렁뚱땅 대장이고 꼴찌 대장입니다. 언제나 시험에선 꼴찌를 맡아놨습니다. 그런 창달이는 어느 날 자신이 공부를 못하는 일로 인해 창피당합니다. 아니 어쩌면 모욕 내지 굴욕을 당했다고 말해야겠네요. 그것도 엄마까지 함께 말입니다. 창달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성민이란 친구는 오랜 친구인데, 생일파티에 창달을 초대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공부 못하는 창달과는 놀지 말라고 했대요. 게다가 성민의 엄마 뿐 아니라,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리저리 창달과 자신의 아이들이 같은 모임, 자리에 있지 않길 바랍니다. 창달은 마치 피해야만 하는 바이러스 취급을 받습니다. 창달이 무슨 꼴찌 바이러스를 가진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렇게 자신이 공부 못하는 일로 인해 충격적이고 모욕적인 일들을 경험한 창달은 자신도 공부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창달의 머리엔 획기적인 생각이 떠오릅니다. 언제나 일등만 하는 지혜 곁에 따라 다니다보면 지혜에게서 우등생 바이러스에 전염될 수 있겠다는 발칙한 생각을 말입니다. 그리곤 곧장 실천에 옮깁니다. 지혜 곁을 졸졸 따라다닙니다. 그러다 둘의 사이는 자연스레 가까워지게 됩니다. 우등생 바이러스가 옮겨지기 전에 왠지 사랑 바이러스가 퍼지게 된 느낌입니다.

 

과연 창달은 지혜에게서 우등생 바이러스를 무사히 전염 받게 될까요? 게다가 지혜를 향한 묘한 감정은 열매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동화 속에서 참 안타까웠던 모습은 부모들의 모습입니다. 공부의 잘하고 못함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친구관계마저 선을 긋는 부모들의 모습. 그리고 이런 생각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심어주는 부모들의 교육이 과연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네요. 게다가 이런 부모들에 의해 아이들에게 건강한 가치관이 심어질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모습이 동화 속의 모습만이 아니라는 것이 어쩌면 더욱 안타까운 일 아닐까요. 공부의 수준이 아이의 등급이 되는 건 아니죠. 뿐 아니라, 아이의 인격의 등급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되고요. 공부의 잘하고 못함을 떠나 아이들 속에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가능성의 씨앗을 보는 어른들이 진짜 어른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요.

 

또 한 편으로는 공부의 잘하고 못함이 그 사람의 격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것 역시 필요하며, 당연히 중요한 일임에도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동화 속의 창달이가 우등생 지혜를 통해, 공부 잘하는 아이의 습관과 자세를 배우듯, 이 땅의 아이들 모두 이런 우등생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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