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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 소사 2
정용연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7월
평점 :
정용연 작가의 『정가네 소사』는 작가 자신의 가문에 얽힌 소소한 역사를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조명해주고 있는 그래픽 노블이다. 그 2권 역시 소소한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먼저, 김제에 있던 많은 金 방죽에 얽힌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책에선 말하고 있지 않지만, ‘김제’라는 지명 자체가 금 방죽에서 유래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통일신라 시절 이곳에서는 사금이 많이 나와, 그 때부터 ‘김제’라는 지명이 사용되었단다. 이렇게 사금 체취를 위해 파낸 땅들은 자연스레 방죽이 되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역사는 일제강점기에 다시 반복되어진다. 일제의 필요에 의해 조선에 불어온 황금광시대. 그리고 그 이면의 어두운 역사 뿐 아니라, 황금광시대가 남겨 놓은 괴물 금 방죽. 이곳에서 여름마다 희생되어진 많은 어린 생명들에 대해 책은 이야기해주고 있다. 지금도 이런 금 방죽이 남아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미 모두 매워 농작지로 사용하고 있을 게다. 하지만, 그 가운데 한두 곳 남아 역사적 교육 장소로 사용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정가네 소사』는 작가 부모, 조부모, 증조부 시절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조명해보고 있다. 그저 작은 개인사에 불과한 것같지만, 이런 작은 역사들이 모여 결국 역사의 커다란 흐름을 만들고 있음을 책은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작가의 어린 시절 철없던 행동들을 그려내고 있는 「곤충기」 역시 하나의 역사가 된다.
곤충을 잡아 함부로 생명을 빼앗던 모습들. 이런 모습들은 나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적어놓은 듯 싶어 부끄럽기도 하고, 잠시 옛 추억에 젖어들게도 한다. 풀밭에서 쉽게 잡을 수 있던 방아깨비의 방아질은 결국엔 다리를 부러뜨리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풍뎅이를 잡아 목을 돌려 뒤집어 돌리며 놀던 모습. 당시 우린 목만 돌리는 것이 아니라, 다리 역시 끝 마디를 끊어놓곤 했다. 역시 저자처럼 노래를 부르며 말이다. 신작로에 핀 코스모스에서는 벌들을 잡아 놀곤 했고. 그러다 신발 속에 남아 있는 벌에 쏘이곤 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이런 작가의 어린 시절 모습은 나의 어린 시절 그 추억 속으로 젖어들게 함과 함께 그 철없던 모습을 반성하게도 한다. 아울러 이 모습은 개인의 어린 시절의 철없음만이 아닌, 역사 속에 보여주는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향해 휘두르던 폭력과 다르지 않음 깨닫게 한다.
나의 작은 행동들이 결국엔 역사의 한 흐름을 맡을 수 있음을 보여줌이 일견 소름 돋기도 한다. 역사 속에서 보이는 바람직한 모습들을 향해 쉽게 비판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내 삶 속에서의 모습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음을 돌아보게 되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어쩌면 소소한 이야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내 삶을 돌아보게도 하고, 바로 그 소소한 스토리가 모여 커다란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 감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그래픽 노블, 『정가네 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