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네 소사 1
정용연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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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야기 소소한 이야기 소소한 이야 소소한 이야기는 어디에서 할까요

소소한 이야기 소소한 이야기 소소한 이야 소소한 이야기는 000 소토리.

 

장기하 씨가 부르는 소토리송의 일부다. 은근히 중독성 있는 가사와 율동 때문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되는 노래다.

 

정용연 작가의 『정가네 소사』란 그래픽 노블을 읽으며 소토리송을 떠올려 본다. 우린 왜 누군가의 개인적인 소소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걸까? 단순한 관음증적 욕구 때문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의 개인적인 소소한 이야기에 관심하는 이유는 타인의 소소한 이야기가 결코 타인의 것만이 아닌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공감 때문이 아닐까?

 

공감 안에서 타인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된다. 사실 사람살이가 거기에서 거기 아니겠나. 그러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타인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가네 소사』 역시 마찬가지리라. 제목이 『鄭家네 小史』다. 정용연 작가 본인 가문에 얽혀 있는 작은 역사. 나와 관계없는 가문의 이야기이지만, 실상 같은 시대를 살아온 우리 가문의 이야기와 접촉점을 갖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鄭家네 小史’는 ‘張家네 小史’, ‘朴家네 小史’, ‘李家네 小史’가 된다.

 

게다가 작가가 말하듯이 우리 모두는 개인적 존재이면서도 역사적 존재이다. 역사란 뛰어난 누군가가 이끌어 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이름 없는 다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오늘의 내 작은 일상도 역사이며, 오늘 걷고 있는 나의 발자국이 한국 현대사가 되고 인류 역사가 되는 것이다. 개인 가문의 소소한 역사가 모여 한국 현대사가 된다. 아울러 이러한 커다란 의미의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또한 각각의 가문의 역사, 소사, 그 소소한 이야기는 진행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소소한 이야기를 sns를 통해 서로 나누듯, 『鄭家네 小史』를 함께 나누며, 그 안에서 우리네 현대사를 읽어내게 된다.

 

괜스레 말이 길어졌다. 『정가네 소사』를 알게 된 것은 ≪월간 그래픽 노블≫ 17호(2016년 6월호)에 실린 휴머니스트 출판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서였다. 부천만화대상 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내용이 정말 좋아 기대했던 작품인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인터뷰 내용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갔던 작품. 이 관심은 책을 구매하여 보게 하였고. 역시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가네 소사』라는 제목 그대로 작가의 친가와 외가 두 가문에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네 근현대사의 역사를 바라보게 해주는 좋은 작품이다. 작가와 비슷한 연배여서일까,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많다.

 

김제가 고향이었다는 작가. 난 그 옆 도시인 군산이 고향이다. 그래서 김제 땅이 어떤 곳인지 잘 알기에 더욱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꼬짝(생각해보니, 옛날엔 이런 일본어를 많이들 썼다. 어린 우리들은 그것이 고향 사투리인줄 알기도 했지만.)에 생선을 떼다 동네를 다니며 팔던 길룡이 아저씨 이야기는 금세 어린 시절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한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분이 계셨다. 고향이 군산이지만, 실상은 김제와 더 가까운 내륙 쪽이었던 고향 동네에도, 이른 새벽 군산 항 어판장에 나가 생선을 떼어다가 머리에 이고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생선을 팔던 아주머니가 계셨다. 지금도 생존해 계신지, 건강하신지 궁금하다.

 

연좌제의 망령 역시 우리 시대에는 시퍼렇게 살아있었다. 참 안타까운 세월을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세상이 참 많이 변했음을 실감하게 한다. 물론 여전한 모습들이 있어 가슴 아프게 하지만 말이다.

 

작가 가정의 또 하나의 아픔, 상처가 된 부안에서의 뽕나무 사업. 지금도 부안에는 뽕나무 밭이 많다. 그리고 이제는 이것이 부안군을 알리는 하나의 사업이 되기도 한다. 당시 작가의 가정처럼 수많은 이들을 삶의 벼랑으로 몰았던 사업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누에타운이 멋지게 세워져, 많은 아이들이 현장학습을 하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구체적 삶의 정황이 다른 경우도 많지만, 그럼에도 같은 시대를 살아간 이야기들 속에서 공감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한 가문의 소소한 역사가 결국 우리네 모두의 역사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 묘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그래픽 노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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