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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쾅쾅 하늘이 열린 날 - 다섯 나라 건국 신화
김태호 지음, 이수영 그림 / 스푼북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신화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기록에서 기록으로 전해져 왔어요. 결국, 그 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각만 이야기로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신화는 수많은 시대를 거쳐 이어져 온 인간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시조에 관한 신화지만 그 속에서 보통 사람들이 꿈꾸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요.
- 작가의 말 중에서
김태호 작가의 『우르르 쾅쾅 하늘이 열린 날』은 우리민족 역사 초기 국가들의 건국신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건국신화가 그것입니다. 이렇게 다섯 나라의 건국 신화를 전해주는 이 책은 먼저, 건국 신화만을 한 권의 책, 한 자리에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우리민족의 출발선에 있는 국가들의 시작이 어떠했는지, 그 신화를 살펴본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을 테니 또한 의미 있고요. 물론, 신화란 것이 허무맹랑한 것이라 여겨질 수 있어요. 하지만, 작가의 말에서도 살펴봤던 것처럼 신화라는 것에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인간의 삶과 생각, 무엇보다 민중들이 바람이 담겨져 있는 것이 신화입니다. 그러니, 이런 신화를 살펴본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어떤 바람을 품고 있었는지, 어떤 국가를 지향했는지를 살펴보고 알아가는 작업이 되겠죠.
이 책, 『우르르 쾅쾅 하늘이 열린 날』은 역사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전혀 없어요. 물론, 신화라는 독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삼국유사에 담겨진 신화이야기들보다도 더 이야기에 가깝거든요. 마치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 가득합니다. 우리의 신화를 요약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신화보다도 더 많은 살이 붙어 있기에 더욱 풍성한 느낌의 건국신화입니다.
환인이 아래 세상이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어 했다는 내용은 신이 멀리 있는 것만이 아닌 마치 철부지 할아버지처럼 가까이 느껴지기도 하네요(이런 접근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그런 이미지를 차용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처럼 아래 세상이 시끄러웠던 이유는 서로 잘났다고 서로 갖겠다고 다투기 때문이죠. 이게 바로 왕이 필요한 이유, 국가가 필요한 이유고요. 바로 여기에서 고조선이란 나라가 세워질 필요성이 있었던 거네요.
신라의 건국 신화에서는 부족의 대표들이 모여 서로 왕을 하기 싫어 서로 하라며 싸웠다는 장면은 어쩌면 사실이 아닐 겁니다. 이런 이상적인 모습 가운데 왕이 세워졌다는 신라의 선전이거나, 아니면 그런 모습을 그리워하고 꿈꾸는 민중들의 바람일 수 있겠네요. 어쩌면 오늘 우리 역시 꿈꾸게 되는 정치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가득한 우리 민족 다섯 나라의 건국 신화 이야기.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친근하고 재미나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책임에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