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숲에서 생긴 일 환상책방 5
최은옥 지음, 성원 그림 / 해와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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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함께 한 적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는 현규네 가족은 어느 날 캠핑을 떠나게 된다. 드디어 이 가족이 정신 차리고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 위한 시간을 갖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이 가족을 만만하게 보는 거다. 이 가족이 캠핑을 가게 된 이유는 아빠가 우겨서다. 아빠의 sns 친구들은 화목한 가족사진을 많이 올리며 자랑하는데, 아빠는 그런 사진이 하나도 없기에, 일부러 보여주기 위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캠핑을 떠난 거다. 출발부터 삐걱삐걱하는 가족. 과연 괜찮을까?

괜찮을 턱이 있나. 이 가족의 캠핑은 그야말로 위기 연속이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골에서 길을 잃고, 뭔가 괴기스러운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바로 ‘보름달 숲’이다. 그곳에서 현규네 가족은 <숲속의 짬뽕나라>라는 식당 간판을 보게 되고, 길을 헤매다 결국 식당을 찾게 된다. 그곳에서 인상 좋은 아줌마와 냉기 가득한 소녀 수연을 만나게 된다. 다소 괴기스러운 분위기 가운데 도착한 그곳에서 식구들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들을 맛보게 된다(현규는 배탈이 난 관계로 음식을 먹지 못한다.).

그 뒤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현규를 제외한 식구들이 마치 게으른 소처럼 잠만 자게 되고,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현규만을 놓고 집에 갔다는 것.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놓인 현규는 서서히 그 집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인상 좋은 식당 아줌마는 바로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였던 것. 그리고 수연은 구미호에 붙잡힌 인질. 수연네 가족은 이미 소로 변하였고, 구미호는 보름마다 이 소의 간을 빼 먹는단다. 그리고 그 소로 변한 사람은 커다란 유리구슬로 변하게 된단다. 이렇게 백 개의 유리구슬을 채우게 되면 구미호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 수연네 가족 뿐 아니라, 현규네 가족들 모두 소로 변한 상태.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해쳐나가게 될까? 이런 위기 상황을 통해 현규네 가족은 가족의 화목을 되찾게 될까?

해와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해와나무 환상 책방 시리즈>는 여러 모습의 판타지 동화를 선보이고 있다. 금번 5번째 책으로 출간된 최은옥 작가의 『보름달 숲에서 생긴 일』은 판타지 미스터리 동화라고 할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괴기스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동화. 하지만, 괴기스러운 가운데 위기를 극복하고 가족의 화목을 되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동화는 무엇보다 가족의 화목을 이야기한다. 독자들로 하여금 가족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서로 함께 하기보다는 각자의 시간을 사랑하는 가족.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관심에만 몰두하는 가족. 이런 엉터리 가족을 동화는 먼저 보여준다. 언제나 회사 일로 바쁜 아빠, 드라마와 쇼핑에 몰두하는 엄마, 학원 다니고 공부하느라 다른 가족에겐 관심 없는 누나. 그리고 게임기와 컴퓨터만이 관심사인 현규. 이런 엉터리 가족이 구미호를 만난 위기 상황 가운데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동화는 보여준다. 물론, 동화 속에서 다른 가족들은 모두 소로 변한 상태라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 현규만이 이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현규는 소가 된 가족을 돌아봤다. 이제껏 가족에 대해서 단 한 번도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공기처럼 당연하게 늘 곁에 있는 존재로만 여겼었다. 특별히 좋은 기억도 없고 귀찮고 싫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이 없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아니, 생각하기도 끔찍했다. 현규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가지 않을 거야. ... 나도 우리 가족 곁에 남을 거야.”(112쪽)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기회다. 가족에게 닥친 엄청난 위기를 통해 가족의 사랑을 되살리고 화목을 되찾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판타지 미스터리 동화, 정말 환상책방에 온 느낌이다. 책 말미의 반전도 좋다. 물론, 그 마지막이 조금 급히 봉합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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