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라니, 좋잖아요 - 우리나라 작은 섬 텐트에서의 하룻밤 벨라루나 한뼘여행 시리즈 3
김민수 지음 / 벨라루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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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인기가 대단해진지 오래다. 그만큼 부정적 시각 역시 없지 않다. 고기판과 술판이 캠핑의 주목적이 되어버린 경우, 구입한 장비 자랑의 장이 되어버린 캠핑도 적지 않다. 이러한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캠핑의 원형을 회복하기 위해 더욱 불편한 지역으로 찾아다닌 이가 여기 있다. 금번 『섬이라니, 좋잖아요』란 여행책을 낸 김민수 작가다. 그는 섬의 매력에 빠져 섬을 찾아 150여회 캠핑 여행을 떠났다 한다. 아직도 찾아가야 할 섬이 남아 있어 매주 설렌다는 저자의 섬 사랑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된다.

 

책에서 50여 섬을 소개하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섬 캠핑을 떠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섬에 대한 최근 정보를 모아 야영하기에 좋은 곳을 고르고 간단한 식료품을 구할 곳은 있는지, 물은 어디에서 얻고 화장실은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체크해야 한다. 되도록 자주 지도 앱을 검색하며 대략적인 섬 지형을 머릿속에 그려두어야 하며 트레킹, 명소 탐방 등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을 추려 계획해 두어야 한다.(69쪽)

 

이런 정보가 별로 대단하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식료품을 구할 곳을 찾고, 물을 얻을 곳, 화장실 해결에 대해 체크해야 하는 여행이라니. 섬이란 공간이 얼마나 불편함을 전제로 하는 공간인지를 생각게 한다. 그러니, 섬을 찾아 떠나는 캠핑이 왠지 캠핑 본연의 모습을 회복한 캠핑처럼 느껴져 좋다.

 

이 책은 문학적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여행에세이도, 여행지에 대한 여행정보를 알려주는 여행안내서도 아니다. 저자의 섬 방문기라고 본다면 적합할 것 같다(물론, 문학적 감성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배편을 알려주거나 섬에서의 여행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 캠핑 정보를 전해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특별한 뭔가가 없다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섬에 대한 애정과 사랑으로 섬이라는 제한적 공간을 150여 차례 방문하여 캠핑을 한 그 기록 자체가 특별함이 아닐까? 책을 읽어가는 내내 이 힘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섬은 접근성의 제약이 있는 공간이다. 예기치 않은 일로 일정에 변동이 생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꺼려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제약과 의외성 안에 여행의 또 다른 묘미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바다가 길을 열어줘야 접근할 수 있고 되돌아 나올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에서 오롯이 자연을 느끼며 보내는 캠핑의 하룻밤이라니, 책을 읽는 내내 배낭 하나 둘러매고 섬을 찾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왠지 그 하룻밤의 시간이야말로 나 자신을 직면할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섬은 결코 낭만의 공간이 아니다. 섬살이는 수시로 변하는 자연의 폭력 앞에 온몸으로 맞서야만 하는 힘겨운 삶, 육지와 떨어진 유배된 삶이다. 그 섬살이가 얼마나 고달프겠나. 하지만, 그런 섬을 찾아 떠난 저자의 여행, 그 기록은 오히려 한없이 넉넉하고 평화롭다. 이 이율배반적 느낌은 어디에서 연유하나? 그건 섬사람들이 바다로 인해 유배된 삶이며, 바다로 인해 고달픈 삶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바다의 넉넉함에 안긴 삶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넉넉한 바다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 그 삶을 엿보는 저자의 여행. 그렇기에 그 여행이 불편함과 의외성을 안고 있으면서도 넉넉함을 전달해주는 것이 아닐까? 고립된 섬을 향하는 여행을 통해, 바다의 넉넉함을 함께 전해주는 저자의 여행기가 고마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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