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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그레이스
E. C. 디스킨 지음, 송은혜 옮김 / 앤티러스트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그레이스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자동차 시동을 건다. 그리고 급히 도망친다. 누군가 자신을 쫓는 차량을 피해, 경찰서를 향해. 급히 속력을 내보지만, 갑자기 뛰어든 사슴을 들이박게 되고, 이어진 사고로 의식을 잃는다. 8일후 깨어난 그레이스는 모든 기억이 지워졌음을 알게 된다. 과연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자신은 누구이며,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던 건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 그레이스는 자신의 언니라는 리사의 돌봄을 받으며, 기억을 되찾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과연 그레이스는 기억을 되찾게 될까? 되살아난 기억은 그레이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E. C. 디스킨의 『브로큰 그레이스』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매우 예기치 않은 놀라운 결말!”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빠른 속도감으로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디스킨은 무서운 서스펜스의 마스터!”
이런 수많은 찬사가 따르는 소설답게 재미나다. 찬사 그대로 술술 읽힌다.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릴까 기대되는 마음으로 책을 떨칠 수 없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소설 앞부분부터 독자는 범인이 누구일지 짐작하게 된다. 물론, 이 역시 소설 마지막 부분의 대반전을 노린 밑밥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소설을 시작하며 갖게 된 독자의 확신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아울러 마지막 예기치 않은 대반전 역시 이런 결말로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솔직히 이 마지막 반전은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었나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재미나다. 모르고 속아야만 재미난 건 아니기에. 비록 결말이 어느 정도 그려진다 할지라도, 작가가 끌고 가는 스토리가 재미나면 그만이다.
기억을 조금씩 되찾아가는 그레이스를 향해 뻗어오는 마수가 누구 것일지 짐작되지만, 그럼에도 쫄깃쫄깃 긴장감이 있다. 무엇보다, 두 형사(그레이스와 뭔가 썸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헤켓의 관점에서 응원하며 읽게 되지만.)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나갈까 기대하는 마음이 크기에 이 부분 역시 소설을 재미나게 한다. 이런 긴장과 재미가 있기에 굳이 범인이 누구일까 추측하고 알아가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저 작가가 끌고 가는 데로 따라가며 그 분위기에 압도당하며 읽으면 된다. 아울러 그렇게 끌고 갈만한 힘도 작가에게는 있다.
그러니, 무더위로 허덕이는 지금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뻔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게 평하고 싶진 않다. 재미나게 읽었으니, 그럼 된 것 아닐까. 소설 자체의 평은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별 다섯을 드리고 싶다.
단, 소설 몰입도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어 지적하고 싶다. 우선 오타가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물론 어느 정도의 오타란 있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스토리를 크게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오타가 너무 많아 스토리를 방해한다. 게다가 단순한 인쇄과정의 오타만이 아닌, 조사 사용에 대한 잘못된 지식에 의한 오타도 많아 아쉬움을 남긴다. 이런 부분들이 소설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일등공신이다. 게다가 활자가 지나치게 크고 지면에 꽉 찬 느낌이어서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이는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적응하니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수 있다. 처음에만 조금 참으면 되니 말이다.
이런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소설은 믿고 볼 수 있다. 무더위를 시원케 할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브로큰 그레이스』와 함께 여름을 이겨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