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 비친 얼굴 파란하늘 전설 시리즈 4
김영주 지음, 이하연 그림 / 파란하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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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파란하늘에서 출간되고 있는 <전설 시리즈> 네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김영주 작가의 『우물에 비친 얼굴』이란 제목입니다. 이번 책에서는 3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모두 경기도 하남시에 내려오는 이야기들입니다.

 

첫 번째, 「우물에 비친 얼굴」은 학암동 낙송우물에 대한 이야기를. 두 번째,「검단산의 전설」은 검단산에 내려오는 전설을. 세 번째, 「백성을 위하여」는 감북동 능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되는 조선 중기 문신인 구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전설은 다른 모습의 역사라고 말입니다. 전설은 민간에 전해진 역사입니다. 국가가 기록하지 못한 일반 백성의 역사입니다. 이러한 일반 백성의 역사를 들여다보며,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검단산의 전설」에서는 검단선사의 모습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엄청난 도술이 있음에도 그 도술 때문에 꼬여드는 많은 사람들, 그 귀찮음에 연루되지 않으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것이 옳은 지를 생각해 봅니다. 나에게 주어진 능력이 다른 이들을 위해 사용되어지지 않고, 그저 내 안에 머물러 있다면 이 능력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아니, 어쩌면 이 능력이 내안에 머물게 되면 좋은 열매를 거두기보다는 도리어 썩게 됨을 생각해보게 되는 전설이네요.

무엇보다 분량이 제일 많은(책의 절반가량을 차지) 첫 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이 이야기는 도씨 부자(富者)의 두 아들 이야기입니다. 형은 제멋대로고, 동생은 착한 성격이라는 설정 자체가 뭔가 둘 사이에 엄청난 갈등과 위기가 닥칠 것을 예고하네요. 결국 못된 형에게 죽임 직전까지 몰리고, 우여곡절 끝에 살아 도망친 동생은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공부하여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하게 되고, 암행어사가 되어 못된 형을 심판하려 합니다. 그러던 동생이 우물 속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이 다름 아닌 십년 전의 형의 못된 얼굴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그 동안의 생활이 헛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억울함이 있고, 삶의 힘겨움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열심히 공부하여 성공하게 되고 결국 원수를 갚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더 의미 있는 전설입니다. 힘겨운 가운데서도 노력하여 성공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임에 분명하지만, 그 노력이 원한을 품은 노력이라면, 누군가를 향한 미움을 품은 노력이라면, 이것 역시 헛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네요. 그 원망은 자신의 선하던 얼굴을 못된 형의 얼굴과 똑같이 변하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전설 속에서 이 동생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사람은 동생의 얼굴이 너무 선하여 죽이지 못합니다.).

 

결국 이 전설이 우리에게 말하는 건 우리의 삶이 원한과 원망으로 키워낸 복수보다는 용서하고 화해를 향해 나아가길 촉구하는 거겠죠. 이 땅에 용서와 화해의 물결이 가득하길 소망해봅니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쉽진 않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용서와 화해의 촉구만이 아닌, 또 다른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도씨 부자의 첫째가 그렇게 못된 형이 된 이유가 형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말입니다. 물론, 이 형은 아주 못됐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형을 정말 못된 녀석으로 만든 데에는 아버지의 역할이 적지 않았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언제나 동생과 비교하며 형을 혼내는 아빠, 그리고 동생을 통해 형의 허물을 찾아 고자질하게 하는 모습이야말로 더욱 형을 못되게 만들었을 테니 말입니다. 우리가 자녀를 기르며 비교의 덫에 빠지진 않는지 돌아보게도 됩니다.

 

우리나라 각 지역에 얽힌 전설들을 새롭게 들려주는 <전설 시리즈>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떤 전설을 만나게 될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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