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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걸과 도넛맨 - 잘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걸 해야 해 ㅣ 찰리의 책꽂이
리사 그래프 지음, 최지현 옮김 / 찰리북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우린 슈퍼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에 열광하곤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슈퍼 히어로들이 많은 소설과 영화 등에 등장하나 봅니다. 나에겐 없는 뭔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들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요. 여기 새로운 슈퍼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트걸과 도넛맨』이란 제목의 동화입니다(글이 많아 고학년 이상에게 적합한 동화입니다.).
이 동화 『아트걸과 도넛맨』은 우리에게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 잘하는 것만 중요한지 질문을 던집니다. 때론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고 슈퍼파워도 없는 슈퍼 히어로도 있음을 동화는 이야기합니다. 주인공들은 뭔가 특별한 능력으로 남들을 위기에서 건져내 주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뒤처지는 아이입니다. 이런 아이의 모습을 통해, 누구나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해줍니다.
동화에 등장하는 슈퍼히어로는 앨비입니다. 앨비는 사실 또래 친구들보다 공부도 못합니다. 어쩌면 조금 뒤처지는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또래 친구들 간에 ‘규칙을 만드는 아이’ 대런에게 지진아란 놀림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앨비를 돌봄이 누나 칼리스타는 슈퍼 히어로 ‘도넛맨’이라 부릅니다.
그럼 도넛맨에게는 어떤 능력이 있을까요? 특별한 능력이 없습니다. 슈퍼파워 역시 없고요. 도넛맨이라고 해서 도넛맨 복장으로 뭔가 영웅적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앨비는 남들보다 조금 더 도넛을 좋아할 뿐입니다. 도넛맨은 돌봄이 누나 칼리스타가 그린 그림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앨비는 슈퍼히어로입니다. 그의 슈퍼파워는 뭘까요? 그건 바로 따뜻한 마음입니다. 사랑입니다. 우정입니다. 그저 도넛을 남들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소년에 불과하지만, 마음이 따뜻하기에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뒤처지지만 이 따스한 마음이 모든 것을 매워주고 남습니다.
앨비는 대런에게 놀림 받는 말더듬이 소녀 벳시에게 다가가 친구가 됩니다(물론, 이 관계는 갈등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부모님께 때론 상처를 받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랑으로 이 상처를 뛰어넘을 수 있기에 슈퍼 히어로입니다. 많은 이들은 인기에 부합하여 이리저리 쏠리기도 하지만, 앨비는 그런 것들을 상관치 않습니다. tv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여 인기인이 된 오랜 친구 얼랜을 유일하게 예전처럼 대하는 이는 앨비 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우정은 인기라는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상황을 초월합니다. 이런 우정을 나눌 수 있기에 슈퍼 히어로입니다.
동화를 처음 접할 때는 앨비에게 뭔가 특별한 능력, 슈퍼 파워가 생기길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아이로 변하게 되길 소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화를 읽어나가며 슈퍼 파워가 없더라도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며, 특별한 능력을 기대하는 모습을 반성하게도 됩니다. 물론 앨비가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특출한 아이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만하면 됐다 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만하면 슈퍼 히어로로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에 동의하게 됩니다.
자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인 미술을 전공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애쓰는 아트걸 칼리스타. 그리고 비록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없을 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무엇보다 주변에 따스한 사랑 바이러스를 옮기는 도넛맨 앨비의 모습. 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 역시 특출한 능력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슈퍼 파워로 위기 상황을 쉽게 헤쳐 나가기보다는 위기 상황으로 못내 힘겨워하고, 눈물 흘리며 한숨 쉴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붙잡고 열정을 쏟는다면, 무엇보다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을 향해 진실한 마음으로 사랑을 행한다면 이미 우리 모두 슈퍼 히어로가 아닐까요.
『아트걸과 도넛맨』, 특별한 능력은 없는 이들의 이야기지만, 특별한 힘을 독자에게 심어주는 좋은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