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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야방 : 권력의 기록 2 ㅣ 랑야방
하이옌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7월
평점 :
마시멜로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된 『랑야방』1권을 읽은 후, 고맙게도 2권이 바로 출간되었다. 2011년 중국 인기 웹사이트에서 연재를 시작하여 책으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뿐더러, 드라마로 제작되어 중국 50개 도시 시청률 1위를 하는 기염을 통한 화제의 책 『랑야방』.
주인공 매장소는 랑야방(최고 정보조직인 랑야각이 해마다 발표하는 문서로 천하 10대 고수, 천하 10대 방파, 천하 10대 부호, 천하 10대 공자, 천하 10대 미인. 이렇게 다섯 분야 50명의 순위를 발표하는 문서다.)이 명시하고 있는 천하 10대 방파 가운데 1위인 강좌맹의 종주다. 그런 매장소에게는 또 하나의 신분의 비밀이 있다. 바로 12년 전 모반죄로 스러져갔던 적염군의 소원수 임수라는 신분이다. 황제의 조카이자 공주의 아들이라는 신분, 반역자이자 죽은 자라는 신분을 감추고 매장소는 대량(소설속의 가상의 나라)의 수도 금릉에 입성한다.
권력다툼을 하던 태자와 예왕 틈바구니에 뛰어든 매장소는 실상 제3의 인물을 돕는다. 바로 정왕(정왕은 적염군 소원수 임수의 절친이다. 당시 음모에 의해 기왕부와 적염군이 몰살당할 때, 멀리 변방에 있어 화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로도 기왕과 임수를 향한 의리 있는 발언 등으로 황제의 미움을 받아 실권을 잡지 못하고 권력의 변두리로 몰린 사람. 음모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향한 의리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강직한 성격의 인물이다.)이다.
이제 2권에서는 보다 더 본격적으로 정왕과 가까워지고 함께 대계를 세워나가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정왕을 권력의 중심에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매장소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 때론 정치세력의 틈바구니에서 위태롭게 살얼음판을 걷기도 하고, 때론 통쾌하게 상대를 압박하기도 한다. 수시로 병약한 몸이 발목을 잡지만, 뛰어난 지략으로 판세를 끌고 가는 매장소의 활약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게 된다. 때론 냉혹한 지략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정이 가득한 사내의 모습으로 천하를 경영해나가는 매장소. 무엇보다 의리를 붙잡는 이들의 멋진 모습을 만나게 된다.
2권에선 새롭게 권력 구도가 형성된다. 그동안 태자와 예왕 간에 팽팽한 권력다툼을 이어갔다면, 이제 태자는 실권하게 되고 권력에서 밀려난다. 반면, 매장소가 돕는 정왕이 새롭게 부각되며 예왕과 대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천덕꾸러기 정왕이 황제의 총애를 받게 되는 과정. 정왕의 모친 정비가 새롭게 인식되어지는 장면 등이 재미를 끈다. 아울러 정왕이 매장소의 도움을 통해 어떻게 권력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한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재미는 과연 매장소의 진정한 신분이 드러나게 될까 하는 긴장감이 아닐까 싶다. 아직 정왕도 매장소의 진정한 신분을 모른다. 그토록 임수를 그리워하면서도 말이다. 1권을 마치며, 매장소의 진정한 신분(적염군 소원수 임수)을 알게 된 이는 몽지(적염군 장수 출신으로 황제의 경호실장 격인 금군통령이자 대량 제일의 고수, 랑야방 고수 서열 2위인 5만 금군을 이끄는 일품 장군)와 예황군주(매장소의 옛 정혼자이자, 남경 10만 철기병을 이끄는 여원수) 뿐이었다. 이제 2권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왕의 모친 정비 역시 매장소의 진정한 신분을 알게 된 분위기다. 과연 매장소의 진정한 신분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밝혀지게 될 것인지에 대한 불안과 기대감이 소설의 또 하나의 재미다.
매장소가 승승장구하는 것만은 아니다. 매장소의 뜻이 자신이 아닌 정왕에게 있음을 알게 된 예왕은 이제 매장소와 정왕을 향한 반격에 나서게 된다. 정왕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 바로 기왕과 적염군을 몰살시켰던 반역사건을 말이다. 당시 적염군 부장이자 생존자인 위쟁이 붙잡혔다. 이에 정왕과 매장소는 위쟁을 구출하는 일이 현실적으로는 자신들의 권력 다툼에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을뿐더러, 예왕의 함정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위쟁을 구출하려 계획한다. 과연 이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3권을 기다려야 한다.
흔한 무협소설의 자극적이고 황당무계한 요소들이 쏙 빠져있기에 오히려 격조있는 느낌을 갖게 하는 무협소설 『랑야방』 2권 역시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어야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1권보다 더 많은 분량(634쪽)이기에 그 재미를 조금 더 오래 누릴 수 있다. 마지막 3권은 어떨지 기대해보며,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