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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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사건들이 벌어짐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참가자들이 탄 버스가 납치되었다. 감쪽같이 사라진 미녀들. 그리고 얼마 후 추악한 괴물로 변하여 한명씩 돌아오는 미녀들. 또한 지구 곳곳에선 벌떼들이 의문의 떼죽음을 당한다. 지구상의 벌들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만에 멸망할 것이라 아인슈타인이 말했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또 한 편으로는 황금비율로 유명한 라이프치히 시청사 성탑이 폭발하게 되고, 컴퓨터 바이러스가 기승함으로 모든 영상이 파괴된다. 사진 속의 얼굴이 괴물로 변하게 되는 것. 이를 누군가 ‘모나리자 바이러스’라 부른다.

 

이런 엄청난 사건들 속에서 신경미학자인 헬렌의 딸(16세, 거식증 환자)이 실종된다. 뿐 아니라 세계적 갑부인 파벨 바이시가 실종되었는데, 이 실종이 헬렌과 연관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파벨 바이시의 아들 파트리크 바이시로부터. 딸의 실종사건으로 인해 헬렌은 엄청난 음모의 소용돌이 속으로 조금씩 빠져들고 만다.

 

서로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이 모든 사건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바로 미의 파괴, 황금비율의 파괴, 그리고 미의 근원을 파괴하려는 음모로 말이다. 과연 이 사건은 어떤 결말을 향해 치닫게 될까?

 

‘댄 브라운의 귀환’이란 찬사를 받고 있는 티보어 로데의 『모나리자 바이러스』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못지않게 재미난 추리 스릴러 소설이다(물론, 『다빈치 코드』만큼 논란의 중심에 서기엔 주제 면에서 부족함이 있지만, 흥미 면에선 개인적으로는 『다빈치 코드』보다 더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지구 반대편에서 각기 실종된 재벌과 16세 소녀의 실종으로 인해 아버지와 딸을 쫓는 두 사람 파트리크와 헬렌. 그리고 미녀들의 실종과 벌들의 죽음을 쫓는 FBI 요원 그렉 밀러. 이들이 조금씩 사건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범인이 누구인지는 상당히 이른 시기에 밝혀진다. 하지만, 범인이 금세 밝혀짐에도 소설의 몰입도와 긴박감 그리고 흥미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두꺼운 분량의 책임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소설은 중세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역작 가운데 역작인 <모나리자>에 대한 놀라운 접근을 한다.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모나리자>는 다름 아닌 미에 대한 바이러스의 근원이라고 말이다(이는 소설 속에서 ‘모나리자 바이러스’라 불리는 컴퓨터 바이러스와는 구별된다.). 모나리자가 다름 아닌 미(美)에 대한 잘못된 정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모나리자>가 밈(Meme)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현대인들로 하여금 성공하기 위해선 날씬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 아름다움이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편만하게 한다. 이로 인해 거식증 환자가 생기고, 성형이 난무하게 된다.

 

아름다움을 쫓는 세상의 광기가 다름 아닌 <모나리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 이 사람이 바로 파벨 바이시란 자다. 그래서 그는 세상의 모든 미를 파괴하려 한다. 모나리자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500여 년 전에 마치 신만이 부여할 미를 창조해냈다면, 파벨은 신이 되어 미를 파괴하려 한다.

 

이처럼 소설은 아름다움에 대한 광기가 끌고 간다. 아름다움을 최고의 선으로 삼고 쫓는 광기가 있다면, 아름다움을 파괴함이 신이 허락하는 소명으로 삼는 광기. 물론, 이런 광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유익을 챙기려는 광기가 또한 숨어 있다.

 

미를 숭배하고 미를 쫓는 광기가 이미 바이러스처럼 만연되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미를 파괴하고 황금률을 파괴하려는 광기와 이에 맞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재미와 함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늘 우리 역시 소설이 말하는 <모나리자 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말이다. 아름다움이 권력이 되고, 산업이 되며, 힘이 되는 세상. 그리고 그러한 아름다움을 소유하기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팔아 치울 수 있는 광기를 보이고 있진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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