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 우리 역사로 되살아난 신화와 전설 청소년 철학창고 35
일연 지음, 고은수 엮음 / 풀빛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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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초기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소중한 두 자료가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그것이다. 둘 다 너무나도 소중한 자료임에도 거기에 대한 접근은 다소 다른 것도 사실이다. <삼국사기>를 보다 더 합리적이고 공식적인 역사라고 생각한다면, <삼국유사>는 마치 야사처럼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삼국사기>가 공식적 입장에서 기록된 반면 <삼국유사>는 일연이라는 개인이 기록한 것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삼국유사>에는 다소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 아닐까. 신화와 전설, 설화가 가득하고 종교적인 색깔이 짙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삼국유사>는 우리 역사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료임에 분명하다. 여전히 일연이라는 한 스님 개인이 쓴 허무맹랑한 야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제법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과연 야사라고 받아들여야만 할까? <삼국유사>가 없었다면 우리 역사 가운데 많은 부분들이 사라지게 될 텐데, 여전히 우린 허무맹랑한 야사라고 생각해야 하나?

 

금번, 도서출판 풀빛에서 새롭게 풀어쓴 『삼국유사: 우리 역사로 되살아난 신화와 전설』을 만나게 되었다. 일연의 <삼국유사>는 5권 2책이며, 상권인 1, 2권은 주로 역사 사실을 다루었고, 하권에 해당하는 3, 4, 5권은 불교 사실을 다루었다고 한다. 이러한 구성 그대로 이 책 역시 1부는 역사 이야기를, 2부는 불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부 불교 이야기는 아무래도 <삼국유사>를 기록한 일연이 스님인 만큼 불교에 대한 호교론적인 입장을 느낄 수 있다. 혹 종교적인 접근이기에 거부감을 갖는 분도 없지 않겠지만, 우리 역사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며 읽어간다면 좋겠다.

 

그럼에도 2부에 비해 1부가 역사적 부분을 다루고 있어 더욱 관심이 가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또 다시 두 부분으로 나뉘고 있다. 1장은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건국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2장은 신라 역사를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건국 이야기는 신화가 많다. 아울러 신라의 역사 역시 설화적인 내용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신화와 설화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불과할까? 그렇지 않다. 신화는 만들어진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의미를 신화라는 이야기 안에 투영한 것이다. 그러니 신화는 비록 문자 그대로는 사실이 아닐 수 있지만 그 안에 진실이 담겨져 있다는 말이다. 이 진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저자는 함께 이야기해주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이 조금 더 자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이런 설명들은 우리로 하여금 <삼국유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신화와 설화를 역사로 접근하는데 말이다.

 

<삼국유사> 본문의 내용과 함께 설명을 곁들이고 있어 읽기에 무리가 없을뿐더러 <삼국유사> 본문 자체에도 신화적인 내용이 많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우리 역사에 대해 알고 있던 내용 가운데 많은 부분이 <삼국사기> 내용이 아닌 <삼국유사> 내용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 <삼국유사>의 내용이 우리 사고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면 <삼국유사>는 이미 우리 민족의 정사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 역사의 너무나도 귀한 자료인 <삼국유사>를 이처럼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접할 수 있어 귀한 경험이 된 책이다.

 

청나라 강희제 때의 뛰어난 문장가인 장조가 쓴 잠언집 『유몽영(幽夢影)』을 보면, 계절마다 읽기에 좋은 책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장조는 여름에 읽기 좋은 책으로 역사서를 말한다. 물론 그 이유가 다소 의외인 날이 길기 때문이라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덥고 후덥지근한 긴 하루를 보내며 우리 역사서 <삼국유사>를 다루는 이 책 『삼국유사: 우리 역사로 되살아난 신화와 전설』을 정독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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