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유령 - 유령에 대한 회고록
존 켄드릭 뱅스 지음, 윤경미 옮김 / 책읽는귀족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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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정말 존재할까? 아님, 상상의 산물에 불과할까? 만약 존재한다면, 그리고 누군가 특정인의 눈에 보이는 존재라면 물질적인 실체를 가진 걸까? 아님, 단순한 시각적인 형태에 불과한 걸까?

 

우린 유령이란 존재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증명이 쉽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말이다. 반면 증명에 쉽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아울러 증명이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유령이라면 떠오르는 보편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여기 유령에 대한 소설이 있다. 『내가 만난 유령』이란 제목의 소설인데, 「유령에 대한 회고록」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120년 전의 책이다. 그러니 19세기의 책이라는 말이다. 20년 전의 책이라고 해서 고리타분하리라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소설은 신선하다. 120년 이라는 세월의 간극, 19세기의 책이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말이다. 무엇보다 유령이란 소재를 통해 색다른 유쾌함을 전해주고 있다. 가히 유령에 대한 고전적 책이 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며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다. 글의 형태가 마치 작가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들을 전해주는 형식이어서, 유령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아낸 에세이 같기도 하고, 또는 저자의 경험담 같기도 하다(부제가 「유령에 대한 회고록」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유령에 대한 논문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 책의 실체는 유령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그러니 사실은 픽션임을 감안하자.

 

유령에 대한 도합 7편의 단편 소설들이 요즘 장마로 인해 처지는 기분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유령이라고 하면 오싹한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작가 역시 유령이 나타날 때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느낌이란 ‘신경을 바짝 곤두서게 만드는 싸늘한 기운’이라고 말한다. 이런 기운이 갑자기 온 몸을 감싸게 된다면 그건 유령이 내 곁에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다. 마치 영화 <식스센스>에서처럼 말이다(어쩌면 영화 <식스센스>가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지금 갑자기 여러분 주변의 공기가 서늘해지면서 오싹한 느낌이 난다면 분명 유령이 여러분 곁에 나타났다는 반증이다.

 

그러니 유령이라면 오싹한 느낌, 서늘한 느낌이 우리가 공통적으로 갖는 생각인가 보다. 그럼 이런 유령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으니, 이 책의 내용들이 오싹한 즐거움을 주는 책일까? 물론, 때론 오싹함도 없진 않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유쾌하다. 오싹함을 동반한 유쾌함이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무더운 여름밤 자꾸 유령이 나타난다. 여지없이 주변 공기는 차가워진다. 이런 오싹함을 이용하여 저자는 무더운 여름밤을 날마다 시원하게 보냈단다. 이런 고마운 유령이라면 열대야로 고생할 때, 찾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유령을 만난다는 공포를 이겨낼 수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고마운 유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집요하고 못된 느낌을 갖게 하는 유령도 있다. 「뜨내기 유령 쫓아내기」에 등장하는 유령이 그렇다. 이런 못된 유령에게 당하기만 하는 주인공이 안쓰러워 독자도 함께 유령을 처치하길 바라기도 한다.

 

재미난 것은 저자는 독자들이 저자의 말을 믿지 못할까 거듭 자신의 말이 진실함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이 도리어 픽션임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그 일은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일어났고, 지금부터 나는 그 일을 사실 그대로 정확히 기술하려 한다. 비평가들은 종종 나를 다듬어지지 않은 허황된 작가라고 비판하곤 하는데, 미안하지만 이는 아주 틀린 이야기다. 물론 내가 겪은 경험들은 내 머릿속을 거치면서 상상력이 일부 가미되기는 했지만, 그런 부분은 지극히 일부일 뿐이다.(41쪽)

 

나는 사실주의자들의 이상이라 할 만큼 성실하고 정확하게 글을 써왔으며, 나 자신은 스스로에게 진실한 사람이라 여기는 동시에 사실주의 학파의 충실한 추종자라 자부한다.(42쪽)

 

그럼, 사실주의 학파의 충실한 추종자가 전하는 유령에 대한 유쾌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이번 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것이다. 오싹한 시원함과 유쾌한 시원함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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