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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내 꼬리 ㅣ 맛있는 책읽기 41
양인자 지음, 장연화 그림 / 파란정원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 아이들은 일곱 살 터울이다. 첫째가 딸, 둘째가 아들이다. 터울이 제법 나니 동생이 태어난 후에도 시샘하기보다는 귀여워하고 엄마 곁에서 동생을 위해 이런저런 심부름도 많이 한다. 그런데, 동생이 두 돌이 되자 간혹 딸아이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있다. 누나의 물건들을 함부로 만지거나 어지럽히는 말 짓을 한다거나, 누나의 간식거리를 탐할 때가 그렇다.
그럴 때마다 우린 거의 대부분 누나의 양보를 은연중 강요하곤 한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을 위해 누나가 양보하고 참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동생이 잘못했음에도 언제나 누나가 참아야만 하는 것이 맞는 걸까? 양인자 작가의 동화 『얄미운 내 꼬리』를 읽고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얄미운 내 꼬리』는 언제나 언니를 따르고 의지하는 동생으로 인한 갈등과 고민을 그려내고 있다. 지현은 동생 세현 때문에 남모를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교를 오가는 길뿐 아니라 학원까지 지현은 동생과 함께 다녀야만 한다. 둘이 함께 다니는 모습이 보기에 좋긴 하지만, 지현은 동생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없음이 언제나 아쉽다. 언제나 자신을 의지하고 따르는 동생으로 인해 지현은 자신만의 시간이 없다.
동생은 유독 지현을 의지한다. 속된 말로 껌딱지처럼 지현에게 딱 붙어 있다. 오죽하면 지현의 친구들이 동생 세현을 가리켜 ‘지현의 꼬리’라고 부를까? 이처럼 언제나 언니를 가만 놔두지 않는 동생. 뻔뻔하고 당당하게 언니에게 군것질 거리를 요구하는 동생. 그러면서도 동생은 부모님 앞에서는 깍쟁이처럼 얄밉게 굴기도 한다. 지현의 깍쟁이 짓에 부모님들은 언제나 끔벅하고. 동생은 언제나 얄밉게 자신의 실속을 차리는데, 부모님은 여전히 지현에게만 양보를 바란다. 언니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과연 지현과 세현 둘의 관계 이대로 괜찮을까? 지현은 첫째라는 책임감에 언제나 양보하고 듬직하게 동생을 지켜줘야만 하는 걸까? 동생이기에 언니에게 의지하고 많은 것들을 요구함이 당연한 걸까?
이 동화는 첫째이기에 마땅하다고 여겼던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첫째이기에 요구되던 마땅한 덕목들이 오히려 첫째에게 또 다른 힘겨움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책임감과 첫째다움으로 인해 희생되어야 할 또 다른 뭔가가 있음을 말이다. 물론 그런 희생도 둘 간의 우애라는 더 큰 보상이 있지만 말이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두 자매의 모습은 어느 쪽으로도 과하지 않다. 동생 세현은 깍쟁이처럼 얄밉게 굴 때도 있고 언니만 의지하는 것 같지만, 속이 꽉 차 있다. 언니를 의지하는 마음만큼 언니를 아끼고 사랑한다. 지현 역시 마찬가지다. 때론 귀찮을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동생이 있음으로 많은 부분 의지가 되어 왔음을 알게 된다.
이런 두 예쁜 자매의 알콩달콩 함께 하는 모습이 때론 조마조마하고, 때론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따스하다. 두 자매의 사랑이 전해지기에 마음이 곱게 물드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