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고양이 사계절 웃는 코끼리 18
위기철 지음, 안미영 그림 / 사계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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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이 사라지게 된다면 어떨까요? 아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겠죠. 머리가 텅 비거나, 아님 생각이 멈출지도 모르겠네요. 아! 생각해보니 ‘단장(斷腸)’이란 말도 사랑하는 새끼를 잃어버린 어미 원숭이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거네요. 새끼를 잃은 어미의 슬픔이 얼마나 크면 창자가 다 끊어질 정도일까요?

 

이렇게 슬픈 상황인데 어째 하나도 슬프지 않고 도리어 예쁜 느낌을 갖게 하는 동화가 있습니다. 바로 위기철 작가의 『초록 고양이』란 동화입니다. 이 동화는 도합 3개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바로 이런 슬픈 상황이 등장합니다. 꽃담이는 엄마를 잃어버렸습니다. 초록 고양이가 엄마를 데려갔거든요. 그런데, 초록고양이가 말하네요. 커다란 항아리 40개 가운데 한 곳에 꽃담이네 엄마가 있다고요. 엄마가 있는 항아리를 선택할 기회는 딱 한 번. 만일 틀린 항아리를 고르게 되면 영영 엄마를 찾지 못한대요. 그런데도 꽃담이는 하나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계신 항아리에서는 엄마 냄새가 나기 때문이래요.

꽃담이와 엄마는 이처럼 아름다운 향기로 연결되어 있네요. 엄마의 향기는 다름 아닌 사랑의 향기겠죠. 이처럼 사랑의 향기로 묶여 있는 가족, 참 아름답네요. 물론, 우리 모두의 가정이 이렇게 향기로 연결되어 있죠. 잘 깨닫지 못할 때가 있긴 하지만요.

그런데, 이번엔 꽃담이를 데려갔답니다. 이번에도 초록 고양이가 범인이고요. 엄마에게 말하네요. 40개의 항아리 가운데 한 곳에 꽃담이가 있는데, 뚜껑을 열어봐서도 안 되고, 이름을 불러서도 안 된대요. 엄마는 어떻게 찾을 까요? 엄마는 모든 항아리를 열지 않고 넘어뜨려 깨뜨린답니다. 고양이가 반칙이라고 하지만 엄마는 딸 구하는 일에 물불을 가릴 수 없다고 말하네요.

자녀를 향한 부모의 심정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어요. 자녀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게 바로 부모겠죠. 우리 역시 그런 사랑 받으며 자랐고, 이제 그 사랑을 자녀들에게 전하고 있죠. 어때요? 하나도 슬프지 않죠? 사랑하는 자녀를 잃어버렸다면 분명 뇌가 멈출 지경일 텐데, 어째 아름답기만 하죠? 이 동화를 읽고 느낀 첫 번째 생각은 바로 이거에요. 슬퍼야만 할 상황이 도리어 아름다운 것. 이것이야말로 이 동화의 힘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슬픈 상황이 아름답게 되는 그 저변에는 가족을 향한 사랑이 있네요. 어쩌면 사랑의 힘이라고 해야 맞겠네요.

 

이렇게 꽃담이의 가족이 되는 초록 고양이와 만들어가는 또 다른 2개의 이야기들 역시 기대해도 좋습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동화입니다. 잔잔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아름다워지는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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