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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고양이 ㅣ 사계절 웃는 코끼리 18
위기철 지음, 안미영 그림 / 사계절 / 2016년 5월
평점 :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이 사라지게 된다면 어떨까요? 아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겠죠. 머리가 텅 비거나, 아님 생각이 멈출지도 모르겠네요. 아! 생각해보니 ‘단장(斷腸)’이란 말도 사랑하는 새끼를 잃어버린 어미 원숭이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거네요. 새끼를 잃은 어미의 슬픔이 얼마나 크면 창자가 다 끊어질 정도일까요?
이렇게 슬픈 상황인데 어째 하나도 슬프지 않고 도리어 예쁜 느낌을 갖게 하는 동화가 있습니다. 바로 위기철 작가의 『초록 고양이』란 동화입니다. 이 동화는 도합 3개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627/pimg_7045701931444256.jpg)
첫 번째 이야기에서 바로 이런 슬픈 상황이 등장합니다. 꽃담이는 엄마를 잃어버렸습니다. 초록 고양이가 엄마를 데려갔거든요. 그런데, 초록고양이가 말하네요. 커다란 항아리 40개 가운데 한 곳에 꽃담이네 엄마가 있다고요. 엄마가 있는 항아리를 선택할 기회는 딱 한 번. 만일 틀린 항아리를 고르게 되면 영영 엄마를 찾지 못한대요. 그런데도 꽃담이는 하나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계신 항아리에서는 엄마 냄새가 나기 때문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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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담이와 엄마는 이처럼 아름다운 향기로 연결되어 있네요. 엄마의 향기는 다름 아닌 사랑의 향기겠죠. 이처럼 사랑의 향기로 묶여 있는 가족, 참 아름답네요. 물론, 우리 모두의 가정이 이렇게 향기로 연결되어 있죠. 잘 깨닫지 못할 때가 있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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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엔 꽃담이를 데려갔답니다. 이번에도 초록 고양이가 범인이고요. 엄마에게 말하네요. 40개의 항아리 가운데 한 곳에 꽃담이가 있는데, 뚜껑을 열어봐서도 안 되고, 이름을 불러서도 안 된대요. 엄마는 어떻게 찾을 까요? 엄마는 모든 항아리를 열지 않고 넘어뜨려 깨뜨린답니다. 고양이가 반칙이라고 하지만 엄마는 딸 구하는 일에 물불을 가릴 수 없다고 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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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향한 부모의 심정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어요. 자녀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게 바로 부모겠죠. 우리 역시 그런 사랑 받으며 자랐고, 이제 그 사랑을 자녀들에게 전하고 있죠. 어때요? 하나도 슬프지 않죠? 사랑하는 자녀를 잃어버렸다면 분명 뇌가 멈출 지경일 텐데, 어째 아름답기만 하죠? 이 동화를 읽고 느낀 첫 번째 생각은 바로 이거에요. 슬퍼야만 할 상황이 도리어 아름다운 것. 이것이야말로 이 동화의 힘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슬픈 상황이 아름답게 되는 그 저변에는 가족을 향한 사랑이 있네요. 어쩌면 사랑의 힘이라고 해야 맞겠네요.
이렇게 꽃담이의 가족이 되는 초록 고양이와 만들어가는 또 다른 2개의 이야기들 역시 기대해도 좋습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동화입니다. 잔잔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아름다워지는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