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간의 모험 사계절 만화가 열전 6
박윤선 지음 / 사계절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간의 모험』은 만화다. 처음 이 책 제목을 접했을 때, ‘개인 간의 모험’으로 읽었다. 개인과 개인 간에 어떤 모험이 펼쳐지는 걸까? 그런데, 아니었다. ‘개인간’이다. 사람이지만 개가 되길 원하여 개가 되어버린 인간, ‘개인간’ 말이다.

 

‘개인간’은 무슈 김이다. 무슈 김은 태어날 때부터 온화하고 근심걱정 모르는 태평한 성격으로 태어났다. 참 좋은 성격이다. 문제는 이런 성격으로는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힘겹다는 것. 시험에 꼴찌를 해도 걱정이 없다. 악착같이 살아가려는 삶의 자세도 없다. 그저 막연하게 공무원이 되겠다고 꿈꾼다(어쩌면 이는 오늘 이 세태를 풍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공무원이 된다는 게 쉽지 않은 시절이다. 번번이 낙방이다.

 

이런 무슈 김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걱정 마시라. 이런 무슈 김도 짝이 있었다. 그 짝을 만나 결혼하게 되지만, 여전히 백수 같은 생활은 계속된다. 오랫동안 부모 아래 캥커루족으로 살던 무슈 김은 이제 아내의 그늘 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 무슈 김이 어느 날 놀라운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자신이 경찰견이 되기로 한 것. 경찰견이 된다면 자신의 꿈인 공무원을 이루는 것이라며 말이다. 이때부터 개가 되기 위한 그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된다.

그리고 결국엔 개인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개들과 말을 나눌 수 있고, 이제 온전히 개처럼 생활하기에 익숙해진. 하지만, 그에게 남겨진 것은 아내의 바람과 배신뿐. 무슈 김은 보험금을 노린 아내와 정부의 음모로 개장수에게 팔려가게 된다. 개장수에게 팔려간 무슈 김의 운명은 끝이 난 걸까? 아니다. 아무리 개로 살아가지만, 이 개인간은 특별하다. 다른 개들과 달리 손을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도망친 개인간 무슈 김의 모험을 만화는 재미나게 그려내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경찰견이 되겠다고 개가 되어 버린 인간이라니. 그런데, 이 개인간을 둘러싼 인간들이 어째 더 본능대로 살아간다. 사람의 외형을 갖고 있지만, 본능을 이겨내지 못하는 삶이란 결국 개만도 못한 모습임을 보여주는 걸까? 보험금 때문에 온갖 끔찍한 일을 벌이는 모습이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야말로 더 끔찍함으로 다가온다.

 

‘개인간’의 모험은 남과 북을 넘나든다. 북의 첩보원(아니 첩보견이라 해야 하나?)이 되어 활동한다. 북의 위대한 박장군은 개들을 사람처럼 훈련시켜 남파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런 계획에 우리의 ‘개인간’ 무슈 김만큼 적합한 인물은 없을 것. 개인간을 사람처럼 훈련시키는 것만큼 쉬운 것이 어디 있겠나. 이제 이렇게 훈련받은 동물들(?)의 좌충우돌 활약은 우릴 웃음 짓게 할뿐더러 놀라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 무슈 김을 훈련시키고 남파시킨 박장군과 무슈 김이 신세지던 카페의 주인 할아버지를 아버지와 아들로 묶어버리니 말이다. 이런 장면은 어째 이런 놀라운 비약을 재미나게 그릴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기도 한다. 전혀 상관없는 것 같았던 남과 북의 장군과 카페 주인이 부자간의 관계로 새롭게 묶이는 모습은 오늘 우리 역시 이처럼 하나됨으로 묶이길 바라는 작가의 소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 장면인 카페를 중심으로 모든 사람들이 하나로 묶이는 모습은 이러한 소망을 독자들 역시 품게 만든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마저 하나 되는 한마당(물론, 못된 인간 빅아이만은 개처럼 위장하고 숨게 되지만.). 이런 화합과 화해의 장은 다시 제목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 제목을 ‘개인 간의 모험’으로 착각했었는데, 착각만이 아니다. ‘개인간’을 통해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가 묶여지고 온전히 하나 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이루게 된다. ‘개인간’ 무슈 김을 통해 그런 꿈같은 세상, 이상향을 품게 만드는 힘을 가진 만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