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 회복하는 인간 Convalescence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24
한강 지음, 전승희 옮김, K. E. 더핀 감수 / 도서출판 아시아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가장 핫한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한강 작가의 단편소설 『회복하는 인간』을 만났다.

 

주인공은 언니 장례식을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다 발목을 삔다. 삔 발목 치료를 위해 뜸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도리어 발목에 심각한 화상을 입게 되고. 심각한 화상이지만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방치해 둠으로 결국 회복불능의 상태가 되어 병원을 찾게 된다. 이때부터 지난한 치료가 시작된다. 회복불능 상태이기에 도려내야 하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에 기대며 시작된 치료는 계속되지만,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회복의 가능성이 보인다며 계속하여 치료를 하게 되고. 이런 지난한 치료과정과 함께 주인공 안에 응어리진 상처가 언급되며 소설은 진행된다.

 

작가는 이 짧은 소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 우리네 삶이 회복 불능의 상태라고. 우리네 삶이 이처럼 불행이 가득하고, 눈물과 한숨이 가득하다는 걸까? 모를 일이다. 어차피 작가의 손에서 떠난 글은 독자의 것이다. 그러니, 내키는 대로 이해하고 붙잡으면 그만 아닐까.

 

그래. 이 여인의 모습이 오늘 우리의 모습일지 모르겠다. 우리 삶이 이미 회복불능 상태일지도. 아니, 그러한 상태인줄도 깨닫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어쩌면 사랑함에도 도리어 상처주고 깨어진 관계로 신음하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견딜 수 없는 슬픔에 함몰되어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작가가 주인공을 ‘당신’이라 칭하고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일인칭도, 삼인칭도 아닌 2인칭 시점이라니. 이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소설을 읽는 ‘당신’이라 속삭이는 듯하다.

 

온통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 깨어진 관계, 슬픔과 불행의 삶, 다소 답답하기도 하고 호구 같이 여겨지는 주인공. 그가 바로 ‘당신’아니냐는 속삭임으로 말이다. 그래서 더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고 먹먹하다. 아프다. 회복과 희망은 저 먼 곳에 있는 듯 여겨져 짜증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여기에서 끝인가. 과연 슬픔 그 자체만을 이야기 하고 있을까? 아니다. 비록 더디지만 회복이 있다. 어쩌면 이 회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느껴지지도 자각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결국엔 회복이 있다. 물론 여전히 슬픔은 떠안게 되고, 그 슬픔의 상처가 남겠지만 말이다. 소설의 제목 역시 『회복하는 인간』 아닌가! 회복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회복 불능의 상태처럼 여겨진다. 우리의 삶도, 우리 사회도 그렇다. 하지만, 결국엔 회복이 이루어진다. 슬픔과 눈물 위에 세워진 회복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오늘 우리 삶이, 우리네 사회가 이처럼 회복을 향해 나아가길 꿈꾼다. 여전히 회복불능의 상태처럼 여겨진다 할지라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